정재호 대사 "시진핑, 내년 APEC 참석 가능성…북중 미묘 징후"(종합)

"중국과 북한 관련 긴밀 소통"…탈북민 문제엔 "중국이 난민 인정 안 해"
갑질 의혹 등 논란엔 "대사관 인화 문제 죄송"

정재호 주중대사가 16일 오전 중국 베이징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0.16/뉴스1 ⓒ News1 정은지 기자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가 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

정재호 대사는 이날 오전 중국 베이징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문에 대해 "내년 경주에서 APEC 정상회의가 열리고 이 행사에는 주로 시진핑 주석이 참석해 왔기 때문에 (방한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사는 "2022년 11월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회담 때 (시 주석이) 코로나가 끝나면 방한을 검토하겠다고 했고 지난해 9월 한덕수 총리에도 비슷한 말을 했지만 아직까지 명확하게 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윤상현,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 주석의 방한에 앞서 윤 대통령의 중국 방문 가능성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정 대사는 "한국 대통령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6차례 방중했지만 중국 지도자는 1차례만 방중했다"며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언급했었고 지난해 리창 총리도 조속한 방한을 검토한다고 했기 때문에 중국 측 약속이 먼저 지켜지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고위급 교류가 중요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은 아니"라며 "박근혜 정부 때도 (한중관계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사드 사태가 왔기 때문에 신중하게 돌다리 밟듯이 해야한다"고 부연했다.

정 대사는 "내년 APEC 때 시 주석의 방한 가능성이 높으며 중국 측이 여러 번 얘기한 만큼 그조차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외교적으로 시 주석이 내년 상반기 중 양자만을 위해 방한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겠지만 APEC에서 양자 회담을 진행하는 것이 적절한 순서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 대사는 최근 북중 관계에 미묘한 징후가 보이고 있다고도 밝혔다.

정 대사는 김건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에 대해 "미묘한 징후가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난 70여년 중북 관계를 돌아보면 매우 악화했다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가기도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섣부른 판단은 내리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저뿐만 아니라 각급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의 도발과 중북 관계를 포함한 다양한 한반도 이슈에 대해 긴밀하게 이야기해나가고 있다"며 "다만 중국은 기본 원칙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사는 탈북자 강제 북송과 관련한 안철수 국민의힘 질의에 대해 "탈북민 이슈는 탈북민들의 신변, 우리의 외교활동 또 주재국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규모 자세한 설명 어렵다"면서도 "(북송이)거의 야간 군사작전 방불케 하는 것처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국내법, 국제법, 인도주의적 원칙에 따라 처리하지만 우리는 가능한 인도주의적 원칙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그러나 중국이 난민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날 국감에선 지난 2년 3개월간 정 대사의 직무 수행, 갑질 의혹 소통 부재 등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 대사가 중국 거시경제 총괄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나 통상 업무를 담당하는 상무부, 문화콘텐츠 교류를 담당하는 광전총국, 여유국 등 인사들을 만나지 않았다며 "주요 인사 만나는 것이 대사 역할인데 그런 점에서는 낙제점을 줘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대사는 "코로나가 끝나고 올해 상반기 세 부처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못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같은 당 이재정 의원도 정 대사가 취임 직후인 지난 2022년 8월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을 만나 중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거론하며 '파티는 끝났다'고 언급한 일을 거론했다.

그는 이날 "애가 놀이터에 갈 때 실컷 놀라고 하지 않고 조심해서 놀라고 하듯이 오래 살아남기 위해선, 지정학적 요인을 감안하지 않고선 2년 전 당시 몰아닥치는 그것(지정학 리스크)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애정이 담긴 이야기였다"며 "그렇게 보도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정 대사는 자신에 대한 '갑질' 의혹과 관련해서 "전체적 인화 책임에 있어서 유감 표명을 여러 번 했다"면서도 갑질 의혹 당사자인 직원에게 미안하다고 할 용의가 없느냐는 질의에 "전체적인 대사관 운영상 인화 문제에 있어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 대사는 이날 주중대사관의 애로 및 건의사항에 대해 "재외동포청 출범에 따라 동포담당 영사가 귀임했으나 후임 파견이 지연되고 있고, 유적 및 사적지 관리 강화를 위한 보훈관 파견 재개가 필요하다"며 "재중 기업 지원 및 경제 안보 핵심 업무 수행을 위해 인력 파견 또는 보충이 절실하다면, 외교부 예산을 활용한 경제안보전문가는 외국인만 채용 가능한데, 민감성을 감안해 우리 국민의 채용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