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 선거 D-10…고물가·정치개혁 쟁점 속 각당의 공약은②

"디플레 탈출" 자민당 vs "중산층 부활" 입헌민주당
원전 가동·개헌·동성혼·부부 별성제 두고도 입장차

15일 일본 도쿄에서 한 시민이 제50회 중의원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홍보 포스터를 바라보고 있다. 2024.10.15/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제50회 일본 중의원 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집권 자민당 내 불법 정치자금 사건을 비롯한 '정치 개혁' 외에도 고물가, 육아 등이 주요 쟁점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각 정당별 공약을 16일 살펴본다.

자민당 '디플레이션 탈출에 정책 총동원'

자민당이 가장 무게를 실은 정책은 경제다. '경제가 바로 서야 재정이 바로 선다'는 기치를 내걸고 디플레이션 탈출을 최우선 과제로 대응한다.

이를 위해 큰 틀에서는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임금 상승을 실현하고, 적극적 설비 및 인적 투자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구축한다는 기시다 내각의 기조를 이어간다.

세부적으로는 전기·가스 요금, 연료비 상승 대책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접근한다. 특히 농림수산업·중소기업·의료 간호·학교시설·관광업 등 지역 실정에 맞는 고물가 대응이 가능하도록, 중점 지원 지방교부금을 확충하기로 했다. 취업 빙하기 세대(현재 4050)를 포함한 인재 육성책으로는 순환교육을 강화한다.

이 밖에도 △기초연금 최저 수급액 인상 △그린 변형(GX)과 디지털화(DX) △경제안전보장 등 장래 유망 산업 입지 및 국내 투자 촉진 △데이터센터 및 5G 정비와 인공지능(AI) 사회를 위한 차세대 정보 통신 기반 마련 등을 계획하고 있다.

외교 안보 정책과 관련해서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미일 동맹을 축으로 한국·호주·대만·동아시아국가연합(ASEAN)·인도·유럽 등 보편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파트너 간 연계를 강화한다. 납북 피해자 전원의 빠른 귀국을 실현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 정비계획을 담은 안보 3문서에 기반해 방위력을 발본적으로 강화한다. 능동적 사이버 방어 도입을 통해 대응 능력을 유럽 주요국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자위관 대우 개선, 퇴직·재취업 지원도 개선한다. 후텐마 비행장 헤노코 이설 및 주일미군 재편을 착실히 실행하고 미일 지위 협정의 이상적 형태를 지향한다.

사회보장 면에서는 "모든 세대를 위한 사회보장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여성 건강 지원·식품 안전 확보·감염증 위기관리 체제 정비 등 대책을 내놨다. 비정규직 연봉 불이익(소위 '연봉의 벽') 수정하고, 근본적 아동수당을 확충하며 고등교육비 부담을 경감하겠다고도 했다. 이색 정책으로는 '누구나 아이 통원제도'가 있다. 부모의 취업 여부와 관계없이 보육 시설을 시간 단위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아픈 손가락'인 정치개혁 공약으로는 더 엄격한 규칙을 제시했다.

국회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된 경우, 정당 교부금 지급을 정지하고, 당선이 무효화된 의원에게는 세비 반납을 의무화한다. 매월 100만엔(약 915만 원)씩 지급되는 조사·연구·체류비 사용처를 명확히 공개하고 미사용분은 국고에 반납하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문제가 된 홍보 게시판 도배 및 내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공직선거법을 조기에 개정하고 품위유지 규정이나 사익 관련 광고 행위에 대한 벌칙을 마련한다.

자위대를 명기한 헌법개정은 조기에 중·참의원 헌법심사회에서 숙의를 거쳐 개정 원안을 국회에 제출·발의해 국민 투표에 부치겠다고 했다.

입헌민주당 "두터운 중신층 부활시킬 것"

정권 교체를 노리는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경제 정책 방향성은 "중간층(중산층) 부활"이다. 최저 임금을 1500엔(약 1만 3730원) 이상으로 올리고, 적절한 가격 전가로 임금 하한선 인상을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본은행(BOJ) 물가 안정 목표도 기존 2%에서 "0% 초과"로 변경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성별 임금 격차 철폐 공약도 내세웠다. 희망에 따라서는 정규직 고용자로 일할 수 있도록 비정규직 및 파견노동자 관련 개혁을 실시한다.

격차 시정을 위해서는 세제 개편으로 재원을 확보하고 행정수요 변화에 따라 예산을 배분하는 등 세출·세입을 개혁해 중장기적 재정 건전화를 도모한다.

자민당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에너지 공약이다. 입헌민주당은 원자력발전소 신설 및 증설을 인정하지 않고, 국가가 폐로 작업을 관리하는 체제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현지 합의가 없는 원전 재가동 역시 인정하지 않는다. 반면 자민당은 안전성 기준에 적합 판정을 받은 원전을 재가동하겠다고 했다.

외교·안보 공약도 지향점이 다르다. 능동 방위에 초점을 맞춘 자민당과 달리 '전수 방위(타국의 공격을 받은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 원칙을 고수한다. 또 자민당 정권에서 급증한 방위예산을 정밀 조사하고 방위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단 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하는 안보 정책, 기본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나라들과의 협력 촉진, 사이버·우주 등을 통합한 방위 능력 강화 등은 자민당의 공약과 유사했다.

미일 지위 협정과 관련해서는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해 자민당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아울러 비핵삼원칙 견지와 핵무기금지조약(TPNW)에 대한 옵서버 참여 등을 통한 핵 철폐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했다.

사회보장 정책에서는 지속 가능한 사회 보장 제도 수립을 내세웠다. 기시다 정권에서 디지털화를 추진한 건강보험증을 지면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존속하고, 저소득 고령자의 연금은 일정액 올려서 지급한다.

이어 국공립대학 수업료 무상화, 사립 대학교 수업료 경감을 추진하고 18세까지 1인당 월 1만5000엔(약 13만 7000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한다. 사회보험료 부담 상한액 재검토를 통해 부유층의 부담 비율을 조정한다. 괴롭힘·학대에 대한 조사 권한과 제언 기능을 갖춘 기관도 별도로 설치한다.

가장 날 세워 주장하고 있는 정치 개혁과 관련해서는 정치자금 규정법을 재개정한다. 기업·단체 헌금을 금지하고 정책활동비를 폐지한다는 것이 요지다. 자민당 사례처럼 정치자금을 받고서도 수지 보고서에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정치인에 대해서는 개인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한다.

독특한 점은 선출된 정치인 개인뿐만 아니라 단체까지 규제 시야를 확대하겠다고 한 점이다. 입헌민주당은 '국회의원 관계 정치단체'에서 100만 엔 이상의 기부를 받은 '기타 정치단체'에 대해 국회의원 관계 정치단체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했다. 기업·단체·외국인의 정치자금 파티 입장권 구입은 금지하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헌법과 관련해서는 '개헌'이 아닌 '논헌(論憲)'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현행 9조를 남겨두면서도 자위대를 명기하겠다는 자민당의 방안에 반대하며, 의원 임기 연장을 포함한 새로운 긴급사태 조항 역시 헌법에 넣을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입헌민주당은 국가권력을 제약하고 국민 권리는 확대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논의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내각의 중의원 해산에 제약을 두고, 정부의 정보 공개 의무를 확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진전시키겠다고 했다.

그 밖에 눈에 띄는 공약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원전 제로'를 내건 사민당은 후쿠시마 제1 원전의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를 중지하겠다고 했다. 오염수 관련 공약을 낸 곳은 사민당 한곳이었다.

동성혼 법제화

2019년 대만을 시작으로 아시아에서 네팔·태국이 동성혼을 합법화한 가운데 입헌민주당·일본유신회·공산당·레이와신선조·사민당도 동성혼 합법화를 약속했다.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 국민민주당은 관련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참정당은 유일하게 LGBTQ 이해증진법과 동성혼에 반대 입장을 냈다.

선택적 부부별성제 도입

자민당 총재 선거부터 자주 거론된 의제다. 하지만 정작 자민당 총선 공약에서는 쏙 빠졌다.

선택적 부부별성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정당으로는 공명당·입헌민주당·공산당·레이와신선조·사민당 등이 있다. 일본유신회는 원래 성씨에 일반적 법적 효력을 부여하는 부분적 제도를 만들겠다고 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