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당 한 권씩만 판매"…日 서점가에 밀려든 한강의 물결

주요 서점 온라인몰서 베스트셀러로 '우뚝'…문학 한류 붐 일으키나
마이니치신문, '작별하지 않는다'에 "日이 봉인한 어둠과 직결된다"

10일 일본 도쿄에 있는 대형서점인 키노쿠니야서점 신주쿠본점에서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특설 코너가 설치돼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2024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54)의 소설과 시집이 일본에서도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등,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15일 기준 아마존 재팬 온라인에는 소설 '흰' 일본어 번역본이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라쿠텐북스에서도 소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번역본이 나란히 외국 소설 코너 판매량 1~3위를 차지했다. 이어 '흰'은 5위에, 에세이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는 9위로 작품 상당수가 상위권에 포진됐다.

일본 대표 서점 '키노쿠니야'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번역된 대부분의 소설 작품과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판매 페이지에는 "회원 한 분당 1권만"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조기 품절을 막기 위한 조처다. 이 서점은 노벨상 발표 당시 축제처럼 실황 중계를 하고, 직후 오프라인 매장에 한강 작가 특설 코너를 만들었다.

일본의 출판·인쇄 본고장인 진보초에 위치한 한국문학 전문 서점 '쳇코리(책거리)'에는 한강 작가의 작품이 전부 '베스트 프로덕트' 카테고리에 포함됐으며, 예약 주문만 받고 있는 상태다.

15일 기준 라쿠텐북스 외국 소설 랭킹 갈무리. (출처 : 라쿠텐북스) 2024.10.15/

서평란에는 "잊으려 하는 역사의 파력(波力)에 저항하기 위한 말뚝을 깊이 박아 넣는 듯한 소설" "영화적이고 치밀한 문체로 쭉쭉 읽게 되는 작품"이라는 호평이 줄을 이었다.

팬을 자처한 마이니치 신문의 호리야마 아키코 기자는 칼럼을 통해 한강 작가의 작품이 "인간이 안고 있는 폭력성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일관되게 관통하며 "국가·사회·가정 안에서 부조리한 폭력으로 상처 입은 사람들의 기억을 되살리고 그 영혼을 어루만진다"고 논평했다.

아울러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 그려진 제주 4.3 사건은 대만이나 오키나와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을 떠올리게 "일본이 봉인한 어둠과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강의 문학은 일본 독자들에게도 동시대를 사는 인간으로서 부조리한 세계에서 상처받으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으로 여행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권하며 글을 맺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