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홍콩·마카오 품는 광둥…'일국양제' 상징 강주아오 대교

24조 투입된 세계 최대 해상 대교…주하이~홍콩 시간 35분 남짓
홍콩·마카오~중국 경제 등 통합 가속화

강주아오 대교 주하이 항만 방면 톨게이트 ⓒ News1 정은지 특파원

(주하이(광둥)=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지난 2018년 10월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광둥성 주하이를 방문하고 세계 최장이자 세계 최대 규모인 해상 대교 강주아오 대교 개통식 행사에 참석했다.

시 주석은 개통식 행사에 참석해 "강주아오 대교는 국가의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로 세계 최고라는 기록을 여러 개 세웠다"며 "국가의 투쟁 정신, 종합적인 국력, 자주 혁신 능력, 세계적 수준의 프로젝트를 만들고자 하는 국가적 열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 강주아오 대교는 총길이 55km의 세계 최장 해상대교다. '세기의 공정'이라고도 불리는 이 프로젝트에 투입된 비용은 무려 1269억위안(약 24조2600억원)에 달한다. 2009년 12월 착공해 본격 개통하기까지 꼬박 9년이 걸렸다.

강주아오 대교는 동쪽으로는 홍콩 국제공항 인근의 홍콩 항만 인근의 인공섬에서 시작해 서쪽 해상을 가로질러 주하이와 마카오의 인공섬을 연결한다. 홍콩 항만에서 주하이 항만까지의 길이는 41.6km며 이 중 해저터널 구간은 6.7km, 터널 양쪽의 인공섬, 출·입경 시설 등으로 구성됐다. 홍콩 인접의 인공섬은 올해 연초 처음으로 대외 개방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8일, 강주아오 대교를 이용해 직접 홍콩을 다녀왔다. 주하이에서 홍콩으로 향하는 강주아오 대교를 이용하기 위해선 강주아오 대교 주하이 항만을 거쳐야 가능하다.

주하이 항만에 도착한 이후 약 20분 남짓의 출경 수속을 거치면 된다. 낮 기준 주하이~홍콩을 오가는 셔틀버스의 편도 가격은 58위안. 무인 발권기를 통해 사전에 예약한 티켓을 발권하면 바로 홍콩행 버스에 탑승할 수 있다. 버스 배차 시간도 5~10분 정도로 상당히 편리하다.

주강아오 대교에 진입하자 홍콩까지 30km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 News1 정은지 특파원

이층 버스에 탑승한 후 강주아오 대교임을 알리는 톨게이트를 거치자마자 홍콩까지 30km가 남았다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강주아오 대교는 총 6차선 도로로 설계됐는데, 버스는 주로 가장 오른쪽의 차선을 이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강주아오 대교에는 화물차를 비롯해 중국 본토에서 사용하는 번호판과 홍콩 번호판을 동시에 부착한 차량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약 35분을 달리자 홍콩에 도착했다는 방송이 나왔다. 버스 내 안내방송은 중국어, 광둥어, 영어 순이었다. 홍콩에 도착하자 입국 수속과 마찬가지로 여행객, 홍콩 영주권자 등으로 구분해 수속을 진행했다. 이곳에선 강주아오 대교를 이용해 마카오에서 홍콩을 방문한 관광객 등도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강주아오 대교 홍콩 항만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중국 국경절 75주년을 축하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News1 정은지 특파원

강주아오 대교 주하이 항만 관계자는 "과거 주하이에서 홍콩까지 가려면 최소 1시간 이상이 걸렸는데 이제는 그 시간을 40분 이내로 단축했다"고 전했다.

강주아오 대교 개통 이후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홍콩~마카오~중국 간 교류가 증가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5월 28일 기준 강주아오 대교를 드나든 차량수가 1000만대를 처음 돌파했다.

항만 관계자는 "여행, 비즈니스, 친지 방문 등 수요가 있는 사람들이 주로 주강아오 대교를 통해 주하이~홍콩을 오가고 있다"며 "강처베이상(港车北上·홍콩 차량의 본토 출입을 가능케 하는 정책)' 등으로 방문객들이 더 늘었고 주하이에서 소비하는 경향을 나타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홍콩과 마카오 주민들 소유 차량의 본토 출입을 가능케 하고 있다. 다만 중국 측 차량의 홍콩, 마카오 방문은 여전히 절차를 밟아야 가능하다.

주하이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도 "강주아오 대교가 개통된 이후 주하이에서 적지 않게 홍콩과 마카오 주민들을 접할 수 있게 됐다"며 "홍콩 물가가 비싸서 그런지 홍콩에서 돈을 벌어 주하이에서 쓰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주하이에 위치한 회원제 대형마트 샘스클럽의 지난해 신규 회원 중 홍콩 관광객은 35%에 달했고 이들의 평균 소비액은 6000위안을 넘었다. 주하이 대표 관광지인 창룽 리조트의 연초 이후 홍콩, 마카오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200% 증가했다.

홍콩 항만 모습. 마카오와 주하이 항만으로 향하는 표지판이 있다. ⓒ News1 정은지 특파원

강주아오 대교 개통은 광둥성 9개 도시(광저우, 선전, 주하이, 포산, 후이저우, 중산, 둥관 등)와 홍콩, 마카오 경제를 하나로 묶는 중국 당국의 '웨강아오 따완취(粤港澳 大灣區)' 계획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는 웨강아오 다완취를 세계 최대 경제허브로 키우겠다는 시진핑 주석의 국가 전략일 뿐 아니라 홍콩·마카오와 중국 간의 통합을 강화한다는 목적도 있다. 웨강아오 따완취 규획의 일환인 선중통도(선전과 중산을 연결하는 해상대교)도 지난 6월 말 개통했다.

이 같은 의도를 대표적으로 엿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강주아오 대교의 디자인이다. 주하이에서의 출발을 기준으로 '돛' 모양의 구조물을 거쳐 돌고래를 형상화한 구조물을 지나면 홍콩 항만과 가까운 곳에는 '중국식 매듭'의 구조물로 디자인되어 있다.

주강아오 대교를 통해 홍콩으로 향하고 있다. ⓒ News1 정은지 특파원

당국의 의도대로 강주아오 대교는 이 지역을 연결하는 '황금 연결 고리'가 돼 지역 경제에 동력을 주입하고 있다. 당국도 정책적으로 물류, 무역, 금융 등 분야의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강주아오 대교 개통 이후 올해 8월까지 홍콩~주하이 구간의 고속도로 항만을 통한 수출입 총액은 9223억8000만위안에 달한다. 첫 번째 1000억위안이라는 수출입 규모를 달성하기까지 2년이 걸렸지만, 이때부터 2000억위안 돌파까지는 단 7개월 만이 걸렸다. 현재는 매 1000억위안 돌파넘어서는 데 5개월 남짓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마오옌화 중산대 지역개방협력연구소 학장 겸 주강 삼각주 연구센터 교수는 "웨강아오 따완취는 중국에서 가장 수출 지향적인 곳이자 대외 개방을 위한 중요한 창구로 강주아오 대교는 주하이를 홍콩과 연결하는 최전선으로 밀어 넣었다"며 "새롭고 혁신적 대외 무역 모델을 개발해 웨강아오 따완취의 고품질 발전을 촉진하고 홍콩과 마카오가 국가 발전의 전반적인 상황에 통합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