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간 '반핵' 외쳐…노벨 평화상 수상한 '니혼 히단쿄'는 어떤 단체?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및 미군 수폭 피해자들이 직접 결성한 전국 조직
국제무대서 핵 확산 금지 위해 꾸준히 활동…고령화로 단체 계승이 숙제

11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노르웨이 노벨 연구소 위원장이 평화상을 수상한 일본 피폭자 반핵단체 '니혼 히단쿄'의 로고가 표시된 휴대폰을 들고 있다. 2024.10.11/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노벨 평화상을 '니혼 히단쿄'에 수여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무력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또는 중동 관련 단체 또는 개인이 노벨 평화상을 가져갈 것이라는 예측이 뒤집히는 순간이었다. 교도통신은 노르웨이 오슬로 발표장에 모인 보도진들은 일제히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에서는 다소 낯선 '니혼 히단쿄'는 '일본 원수폭 피해자단체협의회'의 준말인 '피단협'을 일본어 발음대로 표기한 것이다.

피단협은 1956년 히로시마·나가사키에 원폭과 1954년, 미국의 수소폭탄 실험 피폭을 거치며 피폭자들이 직접 결성한 전국 조직이다. "인류는 우리의 희생과 고난을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결성 선언 이후 68년간 피폭자 입장에 서서 핵무기 철폐 운동을 전개해 왔다.

일본 히로시마 원폭 돔 주변에서 피단협 활동가들이 "평화를 위해 조용히 기도하자"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2021.08.06/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이 단체는 핵무기 개발과 보유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핵무기금지조약(TPNW·2021년 발효)이 채택되도록 지원했으며, 약 1370만 명이 참여한 '피폭자 국제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1982년에는 야마구치 센지 당시 대표위원이 피폭자로서는 처음으로 유엔 군축 특별총회 연단에 올랐다. 피폭 당시 14살에 불과했던 그는 화상을 입은 자신의 사진을 내보이며 "노 모어 히로시마, 노 모어 나가사키, 노 모어 히바쿠샤(피폭자)"라고 외쳤다.

이후에도 꾸준히 유엔과 세계 각지에서 원폭 사진전을 열어 피폭 실태를 고발하는 데 앞장섰으며 '히바쿠샤'라는 표현을 알리는 데 힘썼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우측)이 오후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피폭지 히로시마를 찾아 평화공원 내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한 뒤 원폭생존자를 포옹했다.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2016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했을 때 당시 위원이었던 쓰보이 나오 씨는 "원폭 투하는 인류에게 불행한 사건이었다"고 직접 전하기도 했다.

2025년, 피단협은 원폭 투하 80주기를 앞두고 마침내 노력의 결실을 맺었지만 이들 앞에는 '시간'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피폭자들의 평균 연령은 올해 3월 말 기준 85.6세. 일본 후생노동성이 집계한 피폭자 수는 지난해 대비 6824명 줄어든 10만 6825명이었다.

고령화와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행사 규모가 축소되거나 중지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일본 47개 모든 지역에 소속 단체가 있었지만, 11곳이 해산하거나 활동을 멈췄다. '홋카이도 피폭자 협회'도 내년 3월 해산을 발표한 상태다.

이제 피단협은 온라인을 통해 피폭자 증언 기록하고 국제회의 연설 등 활동은 꾸준히 전개하는 동시에 '핵무기 철폐'라는 뜻을 어떻게 계승해 나갈지 고민하고 있다. 당장 눈 앞에 놓인 숙제는 내년 3월에 개최되는 핵무기금지조약 제3차 당사국 회의에 제출할 제언을 마련하는 것이다.

단체의 또다른 대표위원인 다나카 데루미씨는 지난 7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시바 총리가 핵 공유를 언급하는 등 지금까지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만 포럼을 통해 핵무기의 비인간적 실태를 밝혀 일본 정부가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드는 선두에 서도록 호소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