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첫 국회연설서 한미일 연계 강조…'아시아판 나토'는 언급 안해(종합)

첫머리서 자민당 불법 비자금 문제 관련해 사과
미일 동맹 기초로 우호·동지국 확장…"기시다-윤 신뢰 주춧돌 삼겠다"

4일 일본 도쿄 국회에서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리가 첫 소신 표명 연설을 하고 있다. 2024.10.4/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취임 후 첫 소신 표명 연설에서 집권 자민당 내 불법 비자금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모든 사람에게 안심과 안전을 줄 수 있는 사회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시바 총리는 4일 국회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연단에 섰다. 첫 발언으로 그는 취임 발표와 함께 "나는 일본의 총리로서 최선을 다해 일본과 일본의 미래를 지켜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룰(규칙) △일본 △국민 △지방 △젊은이와 여성의 기회를 지킴으로써 일본의 미래를 만들고 미래를 지키겠다고 했다.

그는 곧바로 "먼저 정치자금 문제 등과 관련해 국민의 정치 불신을 부른 사태에 대해 깊은 반성과 함께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사과했다. 불법 정치자금 문제가 언급되자 웅성거림과 함께 "돌아가라"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서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전력 수요 급증에 대비해 "안전을 대전제로 한 원자력발전 활용"과 "재생 가능 에너지의 가장 적절한 에너지 믹스 실현"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자신이 몸담았던 지방 활성화 정책에 대해서는 "성과와 반성"을 살려 "당초 기초 예산을 배증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했다.

이어 이시바 총리는 외교·안보 정책의 기축은 미일 동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방위력의 최대 기반은 자위관"이라며 생활·근무 환경 및 대우를 개선하고 그 방식에 대해 각료 회의에서 조속히 논의하겠다고 표명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분단과 대립이 진행되고 있다며 "오늘의 우크라이나는 내일의 동아시아"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일 동맹을 기초로 우호국·동지국을 늘려 외교력과 국방력이라는 두 바퀴의 균형을 강화해 일본의 평화, 지역 안정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이와 동시에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비전 하에 법의 지배를 기반으로 한 국제질서를 견지하고, 지역 안전과 안정을 더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주도하겠다고 했다. 취임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더불어 한국·호주·주요 7개국(G7) 정상화 전화 회담을 실시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시바 총리는 한일 관계에 대해 "현재 전략 환경에서 한·일이 긴밀히 연계하는 것은 쌍방의 이익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간에는 어려운 문제도 있지만, 내년에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기시다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사이에 구축한 신뢰 관계를 주춧돌 삼아, 한일 양국 협력을 더욱 견고하고 폭넓게 만들겠다"고 했다. 한미일간 연계도 한층 더 긴밀히 하겠다고 했다.

대중 정책은 "전략적 호혜 관계"를 포괄적으로 추진해 각종 단계에서 의사소통하겠다고 했다. 단, 동중국해와 남중국에서 중국이 도모 중인 "일방적 현상 변경", 지난달 중국에서 발생한 일본 아동 피살 사건 등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고 했다.

이시바 총리는 중국과 "건설적이고 안정적 관계를 쌍방의 노력으로 구축하겠다"며 "한중일 (관계의) 틀도 전진시키겠다"고 했다. 아울러 동아시아 국가연합(ASEAN)·글로벌 사우스와의 관계 강화도 거론했다.

납북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권의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모든 피해자가 하루라도 빨리 귀국할 수 있도록 강력한 결의를 갖고 총력을 다해 임하겠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함께 대러 제재는 앞으로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밖에도 경제·재정정책과 관련해서는 기시다 정권에서 내세운 "임금 상승과 투자가 견인하는 성장형 경제"를 계승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헌법개정과 관련해서는 총리 재임 중 법안 발의를 실현하겠다면서도 국회 헌법심사회에서 "국민적 의논을 적극적으로 심화해 주길 기대한다"고만 했다. 일왕의 왕위계승권 문제에 대해서도 "입법부의 총의"가 정리되길 기대한다고 말하는 데 그쳤는데, 그는 지금까지 여성의 왕위계승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총재선거 중 힘주어 주장했던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미일 지위협정 개정은 거론하지 않았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