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브리핑] 문닫는 '대만계' 딘타이펑, 양안관계 악화 때문일까
중국서 14개 매장 철수…소비 부진에 요식업 직격탄
한때 중국서 인기 끌던 대만·홍콩 브랜드도 입지 좁아져
- 정은지 특파원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대만계 딤섬 전문 체인 '딘타이펑'이 오는 10월 베이징 등에 소재한 매장 14곳의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베이징 중심가인 왕푸징, 시단, 국제무역센터 등을 포함해, 톈진, 칭다오 등 지역의 매장이 문을 닫게 된다. 이번 폐업은 화북 지역을 담당하던 법인 '베이징헝타이펑'과 딘타이펑 간 20년간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상하이, 광저우 등 별도의 법인 위탁 운영하는 중국 내 17개 매장의 영업은 기존대로 유지된다.
과거 '세계 10대 요리' 중 하나로 선정됐던 딘타이펑의 전 세계 매장 수는 170~180개 수준이다. 이번에 14개 매장이 문을 닫는다는 것은 거의 10%에 달하는 매장 수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양안 관계 악화가 대만 브랜드의 중국 내 철수를 야기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딘타이펑의 철수는 양안 관계 악화보다는 중국 소비 부진의 영향이 더 크다고 진단한다.
베이징 통계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연간 매출 1000만 위안(18억 7500만 원)의 규모 이상 요식업장의 순이익은 1억 80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8.8% 감소했다. 순이익률은 0.37% 수준이다.
특히 베이징의 티아고, 오페라 봄바나, 상하이 오스테리아 등 수년간 대표적 고급 레스토랑도 이미 문을 닫았다.
중국, 홍콩 등에 상장된 요식업 기업 12개 기업의 상반기 실적을 보더라도 실적 악화가 뚜렷하게 감지됐다.
그중 샤부샤부, 하이디라오, 지우마오지우, 퉁칭러우 등 8개 기업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많이 감소했다.
그런 가운데 중저가를 강점으로 내세운 허허커우, 미춘 등의 프랜차이즈 매장들은 빠르게 사세를 불려 나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가 전체적으로 위축되면서 전체적으로 비즈니스 식사도 감소하는 추세"라며 "이에 따라 중고급 식당들이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실제 딘타이펑의 경우 1인당 소비 금액이 150위안 정도로 비교적 높은 수준에 꼽히는데, '유명 맛집'이라는 타이틀로 여러 비즈니스 미팅 장소로 선호되어 왔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과거 중국에서 성공했던 홍콩, 대만 브랜드가 최근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홍콩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광둥식 BBQ를 파는 타이힝이다. 타이힝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의 음식을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2019년 말 기준 중국 본토에 58개의 매장을 보유했던 타이힝은 지난 3월 광저우 매장 폐점과 함께 본토에 단 6개의 매장만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홍콩식 차찬팅 브랜드 페이토 역시 지난 2021년 9월 광저우에 문을 연 광저우 1호점의 운영을 7월 말을 기점으로 종료했다.
또 다른 대만 베이커리 브랜드 85℃의 경우 지난해에만 30개의 매장의 문을 닫았는데, 이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중국 본토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도 72%에서 51%로 감소했다.
한때 상하이 등지에서 인기를 끌었던 대만 버블티 브랜드 추어네이 빌리지나 모스버거 역시 중국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한 요식업계 관계자는 "과거 중국에 진출했던 많은 홍콩, 대만 등 기업은 관리나 운영 경험이 풍부했고 서비스도 당시 중국 브랜드 대비 좋았었다"며 "코로나 이후 경제가 격변기에 접어들고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소비 전체가 둔화했고 요식업 역시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됐다"고 전했다.
ejjung@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