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태풍, 자전거 속도로 日 휩쓴다…1000㎜ 물폭탄에 200만 대피
시속 15㎞로 느릿느릿 북진…이후 진로 틀어 동쪽으로
태풍 관련해 최소 5명 사망…중남부 7개현 199만 가구에 대피령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10호 태풍 '산산'이 29일 오후 2시 기준 일본 최남단 규슈의 운젠시(市)를 지나고 있다. '역대 최강'의 위력을 과시하지만 자전거 수준의 속도로 느리게 이동하고 있어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날 오전 내내 남서부 각지에서는 폭풍 및 호우 피해가 연이어 발생했다.
◇인명피해 및 실종·부상자 현황
아이치현에서는 전날 산사태로 매몰된 일가에서 3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으며, 히로시마현에서는 태풍에 대비해 점검하던 남성 작업원이 빌딩에서 추락사했다. 가나가와현에서는 바다에 휩쓸린 초등학생을 구하려던 서핑스쿨 코치가 끝내 사망했다.
29일에는 가고시마 해안에서 배가 침몰해 60대 선장이 실종됐으며 미야자키현 등에서 돌풍에 의한 부상이 최소 10건 보고됐다.
이날 오전 9시를 기준으로 가고시마·오이타·미야자키·구마모토·시즈오카·아이치·에히메 총 7개현의 약 199만 세대에는 피난지시가 내려졌다.
◇나무·컨테이너 꺾어버리는 위력에 발 묶인 교통편
JR·신칸센과 항공편도 줄줄이 멈춰 서고 있다.
NHK에 따르면 규슈 신칸센은 이날 오전 10시쯤부터 하카타역·가고시마주오역 사이 구간의 운행을 중단했다. 산요 신칸센도 히로시마역과 하카타역 사이 구간을 오후 5시쯤부터 상하선 순차 운행을 멈추기로 했다. 도카이도신칸센은 오는 30일 쉬어간다.
이외에도 태풍의 영향이 계속되는 31일부터 내달 2일까지 전 구간 및 일부 구간에서 운행이 정지 및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고속도로는 규슈 지방의 미야자키 자동차도·미나미큐슈자동차도 전 구간 통행금지 됐다. 각지 고속도로에서도 향후 넓은 범위에 걸쳐 장기간 통행금지 등 교통 규제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하늘길도 막혔다. 이날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의 국내선은 각각 276편·212편이 결항했다. 이튿날도 결항이 정해진 항공편이 있어 태풍의 여파가 길어질 수 있다.
◇태풍 규모 및 진로
산산은 현재 규슈 운젠시에서 시속 15㎞ 속도로 북진하고 있다. 이날 오전 태풍의 세기가 '매우 강한 태풍'에서 '강한 태풍'으로 한 단계 내려가긴 했지만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중심기압은 975헥토파스칼(haP),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은 초속 35m, 최대순간풍속은 초속 50m다. 이후 동쪽으로 진로를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폭풍·토사물 재해·저지대 침수·하천 수위 상승 및 범람·해일·파고 등에 엄중한 경계를 당부했다. 또 서일본과 동일본에서는 오는 30일까지 선상강수대가 발생해 폭우로 인한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의했다. 특히 규슈 남부에는 총 강우량이 1000㎜를 넘는 기록적 폭우가 쏟아질 우려가 있다.
30일 오전까지 24시간 동안 예상되는 강우량은 △규슈 남부 600㎜ △규슈 북부·시코쿠 400㎜ △도카이 300㎜ △긴키·간토고신 200㎜ △쥬고쿠·이즈제도 120㎜ 등이다.
이후 31일 오전까지 24시간 동안은 △시코쿠 400㎜ △규슈 북부·도카이 300㎜ △쥬고쿠·긴키 200㎜가 내릴 전망이다.
해상에서도 거센 비바람과 풍랑이 계속되겠다. 이날 파고는 △규슈 남부에서 9m △아타미에서 8m △규슈 북부와 시코쿠에서 7m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조금이라도 위험을 느끼면 주저하지 말고 빨리 자신의 목숨을 지킬 수 있는 행동을 취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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