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번·왕이 회담 앞두고 중국 "대만·안보 등 심각한 우려 표명"

美 안보보좌관 8년만 중국행…중국 "엄격한 요구 사항 제시 중점"
"美에 무역 문제 정치화 중단 요구"…우크라·남중국해 문제도 논의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이창규 기자 = 중국은 다음 주 개최 예정인 미중 간 외교안보 최고위급 회담에서 대만 문제, 중국의 전략적 안보 문제와 관련해 미국 측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는 27~29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해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안보보좌관의 단독 방중은 2016년 수전 라이스 이후 처음이다.

25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북미대양주사(司·국)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왕 주임은 설리번 보좌관과 미중 관계, 민감한 문제, 주요 국제 및 지역 이슈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며 "양측은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합의 이행 내용을 정리하고 미중 간 전략적 인식, 국가 안보, 경제 활동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중국은 대만 문제, 발전 권리, 전략적 안보와 관련해 미국 측에 심각한 우려와 엄중한 입장을 표명해 엄격한 요구 사항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며 "대만 문제는 미중 관계에 있어 넘을 수 없는 첫 번째 레드라인으로 '대만 독립'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미중 3개 공동 코뮈니케 규정을 준수하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관세, 수출 통제, 투자 조사, 일방적 제재를 통해 중국에 대해 무리한 조치를 취하며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미국이 경제 및 무역 문제를 정치화하고 안보화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국자는 "미중 관계의 기초는 민간에 있으며 미국은 중국과 마주 보고 양국민의 왕래를 촉진하기 위해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중국은 미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최근의 중대한 국제 및 지역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의 대미 정책은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상호존중, 평화공존, 협력상생의 3원칙"이라며 "이는 중국과 미국이 50년 이상 관계를 형성하면서 얻은 경험일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대국의 갈등이 가져온 시사점으로 양국이 모두 노력해야 할 방향"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시종일관 미국과 세계가 직면한 문제는 강대국 간 경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중미 외교안보 최고위급 회담은 2022년 중-미 발리 정상회담에서의 중요한 합의 중 하나로 양국은 빈, 몰타, 방콕 등에서 3차례에 걸쳐 소통을 해왔다.

중국 외교부 당국자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후 양측은 외교, 재정, 법집행, 기후변화, 국방 등 분야에서 소통을 유지하고 양국 국민 간 왕래가 증가했다"면서도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고 중국은 이에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미중 관계는 여전히 중요한 고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 남중국해, 중동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설득과 대화를 통해 정치적 해결을 추진하고 중재 외교를 펼칠 것"이라며 "미국이 일방적인 제재와 확대관할의 무분별한 적용을 중단하고 중국에 대한 압박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은 남중국해 영토주권과 해양권익에 충분한 역사적, 법적 근거를 갖고 있으며 이 지역 국가들은 남중국해 문제를 적절히 처리할 수 있는 자신감과 지혜,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역외 국가들이 대결을 부추기고 긴장을 고조하는 일을 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당국자는 중동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은 중동 문제에 있어 평화를 촉진하고 정의를 수호하며 모든 당사자가 정당한 권익을 수호하는 것을 지지하며 특히 팔레스타인의 합법적 권리 회복을 지지한다"며 "분쟁 당사자가 안보리 관련 결의를 성실히 이행하고 가자지구에서 전면적이고 영구적 휴전이 조속히 실현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국제사회의 대다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책임있는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국자는 중국이 국제질서를 위협한다는 미국 측 지적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발전은 인류 발전과 진보에 중요한 부분으로 역사 발전에 있어 불가피한 추세"라며 "중국은 식민 침탈의 옛길을 걷지 않고 강대국 패권 추구라는 잘못된 길을 걷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설리번 보좌관의 방중 기간 올해 말 미중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정상회담은 올해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 이후에 열릴 것으로 예상했다. 11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정상회담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정상 간 핫라인 재개 및 펜타닐 단속에 합의한 바 있다. 이에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이에 대한 논의를 심화시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