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연료 잔해 반출 시도 중단…폐로 계획 늦어지나(상보)

반출 장치 설치 중 실수…재개 일정은 미정
첫 단계부터 꼬여…반출 완료 후 청사진도 없어

일본 후쿠시마현(県) 오쿠마 소재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전경. 원전 너머로 파란색 처리수 저장 탱크가 보인다. 2021.02.13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김성식 기자 =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2호기에서 핵연료 잔해 반출 준비를 시작했다가 시도도 못하고 중단했다.

22일 NHK는 도쿄전력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예정된 핵연료 잔해(데브리) 반출 장치의 설치 작업 중 실수가 발생해 반출 작업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도쿄전력은 이날 작업을 재개하지 않는다며 23일 이후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고보야카와 도모아키 도쿄전력 사장은 이날 반출 시도 중단과 관련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작업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라며 "무리하게 진행하기보다 뭔가 우려스러운 점이 있어 멈춘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로 직접 가 "원인 조사 후 대책을 세우겠다"라며 "데브리 반출은 폐로 작업 중 가장 중요한 단계로 안전하게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고 (안전이) 지역 주민의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강한 방사선으로 인해 폐로 과정의 최대 난관으로 여겨지는 데브리 채취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이번이 처음이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여파로 원전 내부 연료봉이 녹아 방사성 물질과 뒤엉켜 생성된 데브리의 총량은 1~3호기를 합쳐 약 880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전량 채취는 공법이 정해지지 않았고 매우 강한 방사선을 내뿜고 있어 도쿄전력은 1회 반출 시 무게를 3g 이하로 제한할 방침이다.

도쿄전력은 이번 반출 작업을 위해 22m까지 늘어나는 파이프 장치를 개발했으며 선단에 부착된 손톱 모양의 기구로 데브리를 잡아 회수할 계획이다.

데브리 반출 시 사람이 가까이 가면 1시간 안에 사망할 수 있는 치명적인 고선량 방사선이 나오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업은 원격으로 이뤄진다.

채취에 사용하는 파이프 장치를 원자로 격납 용기 내부로 통하는 직경 60㎝의 배관 안에 넣어 데브리까지 천천히 늘려나간다. 이 과정이 제대로 진행돼도 시험 반출에만 최소 1주에서 2주 정도 걸릴 전망이다.

회수한 데브리는 이바라키현 내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로 옮겨져 약 6개월간 분석된다. 도쿄전력은 분석의 결과를 향후의 폐로 작업에 쓴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폐로 '중장기 로드맵'은 채취가 개시되면 사고 후 30~40년으로 하는 공정의 최종 상태에 해당하는 제3기에 들어가는 것으로 돼 있다.

다만 이번 시험 반출 역시 2021년 시작 목표에서 이미 3년가량 늦어졌으며 전체 반출에 성공한다고 해도 방사성 폐기물 처리 청사진도 마련되지 않아 작업이 계획대로 2051년까지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NHK는 지적했다.

한편 원자로에서 핵연료 잔해를 반출한 사례는 그동안 없었다. 체르노빌 원전의 경우 1986년 폭발 사고 후 다량의 핵연료 잔해가 남았지만 반출 없이 콘크리트로 덮였다.

jaeha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