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美 '핵전략' 조정 보도에 "미국, 세계 최대 핵 위협 제조자"(종합)
중국 "미국, 선제적 핵사용 기초 핵억제 정책" 비판
NYT, 중·러 등 핵 위협 고조…새로운 핵 운용 지침 승인
- 정은지 특파원, 이창규 기자
(서울·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이창규 기자 = 중국은 미국이 지난 3월 중국, 러시아, 북한의 핵위협 고조에 대응하기 위해 '핵전략 재조정 계획을 승인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최근 몇년간 이른바 중국 핵위협론'을 부단히 부풀려온 것은 핵군축 책임을 스스로 떠넘기고 핵무기를 확장해 전략적 우위를 도모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비판했다.
마오닝 대변인은 "중국의 핵무기 보유는 미국과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정책을 전개하고 방어를 견지하는 핵전략을 구사하며 핵 보유 규모를 국가안보가 필요로하는 최저 수준으로 유지하고 어떠한 국가와도 군비경쟁을 벌일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최첨단의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이 선제적 핵사용에 기초한 핵억제 정책을 고수하면서 지속적으로 거액을 투입해 핵역량을 업그레이드하고 공공연하게 다른 나라를 겨냥한 맞춤형 핵억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야 말로 세계 최대의 핵위협 제조자"라고 지적했다.
마오 대변인은 "미국이 핵군축이라는 우선적 책임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핵무기 보유고를 실질적이고 큰 폭으로 감축하고 핵 공유 확장억제와 핵 동맹 확대 등과 같은 전세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동을 취하는 것을 중단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지난 3월 극비리에 '핵 전략'을 재조정하는 계획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외에도 중국과 북한 등의 핵 위협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는 판단에서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에서 근무했던 니핀 나랑 MIT 핵 전략가는 이달 초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다수의 핵무기로 무장한 적을 물리치기 위해 업데이트된 '핵무기 운용 지침'(Nuclear Employment Guidance)을 발표했다"며 "특히 지침엔 중국 핵무기의 규모와 다양성이 상당히 증가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말했다.
프라나이 바디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비 통제 및 비확산 담당 선임 보좌관도 지난 6월 핵 운용 지침을 언급하며 "미국이 핵무기와 비핵무기의 조합으로 동시 또는 순차적으로 발생하는 핵 위기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처음으로 자세히 검토했다"며 "새로운 전략은 러시아, 중국, 북한을 동시에 억지할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핵 전략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의 핵 무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중국과 북한의 급격한 핵 확장, 러시아와 북한을 비롯한 핵 보유 적대국 간의 협력 가능성 등으로 인해 미국도 핵 전략 조정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미국의 새로운 핵 운용 지침은 미국의 핵 전략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를 시사한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이 핵 전략을 조정한 이유는 러시아보다 중국의 영향이 더 크다. 중국의 핵무기 확장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이유에서다.
NYT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소한의 억지력'을 유지하겠다는 수십 년 간의 전략을 폐기하고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핵무기를 넘어서겠다고 결심하면서 중국의 핵 확장 속도는 미국 정보당국이 2년 전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빨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국방부는 중국이 2030년까지 1000개, 2035년까지 1500개의 핵 무기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러시아의 현재 핵무기 보유량에 근접한 수준이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간 소통 수단 부재도 핵 위협 수준을 높이고 있다. NYT는 중국이 미국과 임박한 미사일 시험에 대한 경고나 핫라인 설치 합의와 같은 핵 안전 및 안보 개선과 관련한 짧은 대화를 중단한 상태라고 전했다.
맬러리 스튜어트 미국 국무부 군비통제, 억지 및 안정 담당 차관보는 "중국 정부가 위험과 관련해 우리와 적극 대화하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가 그랬듯 양국(미중) 관계의 긴장과 도전을 해결할 때까지 군비 통제, 위험 감소 및 비확산 대화를 계속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으로선 북한의 고도화되고 있는 핵 위협에도 대비해야 한다. 북한은 현재 60개 이상의 핵무기와 제작 연료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NYT는 북한이 소수의 (핵) 무기만 보유했을 때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억지할 수 있었으나 북한이 핵무기를 확장해 그 규모가 파키스탄과 이스라엘에 빠르게 근접하면서 러시아 및 중국과 함께 위협을 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커졌다고 평가했다.
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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