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쿄도지사, 올해로 '8년 째' 간토 조선인 학살 추도문 안 보낸다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지사가 내달 1일 열리는 간토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모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이케 지사는 17일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열릴 예정인 간토 조선인 학살 추모식에 올해에도 추도문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고이케 지사는 취임 첫 해인 2016년 한 차례 추도문을 보낸 뒤 2017년부터는 보내지 않고 있다.

공원을 관리하는 도립공원녹지국에 따르면 도쿄도 측은 지난 14일에도 행사를 주최하는 실행위원회에 추도문을 발송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도는 추도문을 보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미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도쿄도 위령협회 대법회에서 '대지진으로 극도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희생된 모든 분께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메시지를 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간토대지진은 지난 1923년 9월1일 일본 가나가와현 일대를 진앙으로 해서 발생한 최대 규모 7.8의 지진이다.

계엄령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를 겪던 당시 일본 내에선 "조선인들이 폭도로 돌변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 약탈을 하면서 일본인을 습격하고 있다"는 유언비어가 퍼졌다. 이에 자경단, 경찰, 군인 등이 재일 조선인 6661명(독립신문 기록)을 학살했다.

미야카와 야스히코 실행위원장은 "추도문을 두 번 보내는 게 번거롭다는 뜻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대지진 희생자 전체가 아닌 사람의 손에 학살된 조선인의 존재를 분명히 언급하고 추모의 뜻을 표명해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도쿄대 교수 및 직원 83명도 지난 5일 고이케 지사에게 조선인 학살 사건을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고 추도문을 발표하라는 내용을 담은 요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도쿄대 일동은 고이케 지사가 "조선인 학살 여부에 대해 모호한 답변만 내놓고 있다"며 "과거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선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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