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기사 없는 中자율주행 택시, 옆차가 끼어드니 '빵'
시내 곳곳 누비는 바이두 뤄보콰이파오 타보니
쾌적하고 기사와 '스몰톡' 부담 없어…안전·접근성 등은 단점
- 정은지 특파원
(우한=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출발 버튼을 누르면 택시가 출발합니다.'
지난 5일 중부 내륙 도시 우한에서는 중국 최대 검색엔진 개발기업인 바이두의 자율주행 택시 호출 서비스 '뤄보콰이파오(아폴로고)'의 차량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한에서만 약 500대의 '운전기사' 없는 자율주행 택시가 시내 곳곳을 누비고 있다고 한다.
현재 뤄보콰이파오는 베이징, 선전, 충칭, 상하이 등에서 무인 택시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인데 우한은 그중에서도 핵심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에서 가장 큰 자율주행 시범구인 우한 내 자율주행 택시의 누적 시험 도로 주행 거리는 3378.73㎞로 상하이(2000㎞), 광저우(1623.5㎞), 베이징(1143㎞), 선전(331.26㎞) 등을 크게 앞선다.
지난 한 해 바이두 뤄보콰이파오의 탑승 건수는 73만 2000건에 육박하고, 올 상반기까지 더하면 무려 158만 건에 달한다. 이 기간 198만 명이 뤄보콰이파오를 탔다. 구글의 무인 자동차 자회사 웨이모의 지난해 상업용 운행 기록인 70만 건을 웃돈다.
이날 우한 시내 한양구의 한 지하철역 앞에서 로보택시 호출했다. 호출앱을 통해 지정된 장소로 로보택시를 부르면, 주변에 탑승할 수 있는 로보택시가 탑승 예정자에게 배정된다.
택시를 호출하고 약 4분 뒤 베이징자동차의 전기차 모델인 '아크폭스' 차량이 호출 장소에 도착했다. 모든 로보택시 차량은 운전석을 제외하고 조수석, 뒷좌석 등 최대 3명이 탑승할 수 있다. 차량 안에 안전요원을 포함한 인원은 일절 없었으나 CCTV는 설치돼있었다.
택시가 호출한 장소에 도착하면 차량 오른쪽 뒷좌석의 창문 옆에 번호를 입력할 수 있는 화면이 생성된다. 이때 택시를 호출한 차량의 휴대전화 뒷번호 4자리를 입력하는 일종의 '본인인증' 절차를 거쳐 차량에 탑승할 수 있다.
택시에 탑승하자 오른쪽 뒷좌석 앞에 거치된 모니터에서는 출발 버튼이 보였다. 이 버튼을 눌러야 비로소 로보택시가 목적지로 향할 수 있다. 그전까지 로보택시는 승객이 탑승한 지역에 정차 때 '깜빡이' 등을 켜 교통 법규를 준수한다.
모니터에 표시된 '출발' 두 글자를 누르니 '안전벨트를 매라'는 목소리가 가장 먼저 나왔다. 안전벨트를 매기 전까지 '삐'하는 경고음이 이어졌다. 이어 음성으로 '로보택시에 처음으로 탑승하는 승객을 위해 시스템을 설명하겠다"며 안전벨트는 생명선이므로 반드시 매야 하며 실내 흡연을 금지한다는 등의 안내 문구가 나왔다.
모니터 우측 상단에는 돌발 상황 발생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SOS' 버튼이 있다.
승객이 탑승한 후 자율주행으로 구동하는 택시는 신호등 색깔에 따라 정차하거나 운행했고 내비게이션의 지도에 따라 앞차와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좌회전, 우회전을 했다. 주변에 차량이 많지 않은 경우에는 최대 60킬로 안팎으로 정속 주행을 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이때 옆 차도에서 운전하던 운전자가 근거리에서 끼어들기를 시도하자 '빵'하고 클랙슨을 울렸다. 클랙슨에는 일반 탑승자가 만지지 말라는 경고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었다. 우회전하는 샛길을 지나기 전 보행자가 지나갈 때는 속도를 바로 줄이기도 했다.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도 상대적으로 풍부했다. 모니터에 주행 노선, 주변 모습은 물론이고, 음악,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버튼이 있었다. 음악 버튼을 누르니 빠른 템포의 노래가 나왔는데, 취향에 맞는 음악을 들으면서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내 온도 조절 기능도 있다.
모니터 하단에는 목적지까지 거리와 예상 주행시간이 표출됐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모니터에는 차 문 실시간 모습이 담긴 영상이 나왔다. 승객들의 안전한 하차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주행 거리는 약 5㎞로 총 이동시간은 약 12분이었고, 이날 지불한 비용은 약 10위안이다. 일반 택시를 타고 해당 거리를 이동했을 때 요금인 약 20위안 안팎과 비교했을 때 절반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주변 차량 운행과 교통 상황을 고려해 주행하고 있었으며 반응 속도도 상당히 빠른 편이었다. 특히 일반 택시를 탔을 때 흔히 겪을 수 있는 택시 기사와 불필요한 대화가 없다는 점은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내비게이션 대로 알아서 가니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역시 없었다.
다만 여전히 안전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 최근 우한에서는 자율주행 택시가 무단횡단하던 보행자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안전 문제를 고려한 듯, 뤄보콰이파오는 지난달부터 임산부, 70세 이상 노인, 심혈관질환자 등에 대해 탑승 금지 통지를 내렸다.
현재까지는 제한적으로 운행하는 점이 여전히 약점으로 꼽힌다. 이 자율주행 택시는 우한시 전체에서 운영되지 않고 있다. 또한 탑승 지점과 하차 지점 역시 일반 택시와 달리 모든 지역에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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