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쿠바 외교관 "북한, 트럼프 당선시 핵협상 재개 원할 것"

"4년동안 북한 손발 묶기 어려워…러시아 관계강화도 북한에겐 이점"
"김정은, 일본인 납북자 양보하면서 정상회담 추진할 것"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1일 김정은 총비서 주재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2차 정치국 비상확대회의가 29일부터 30일까지 평안북도 신의주시 피해 지역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지난해 11월 탈북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무참사가 올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북한이 미국과 핵 협상을 재개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 참사는 1일 보도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올해와 그 이후 외교 정책 우선순위로 러시아, 미국, 일본을 꼽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에 대해 김정은이 "경험이 없고 무지한" 군 지휘관들에게 핵 외교를 맡긴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2019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싱가포르와 베트남 등에서 세 차례 만났으나 협상은 결렬됐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국제 관계와 외교, 전략적 판단에 대해 잘 모른다"며 "이번엔 외무성이 확실히 힘을 얻어 주도권을 잡을 것이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4년 동안 아무것도 주지 않고 북한의 손발을 묶는 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 참사는 북한이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미사일 기술과 경제에 도움을 받았으나 더 큰 이점은 추가 제재를 차단하고 기존 제재를 약화시키는 것이라며 이는 미국에 대한 북한의 협상력을 높일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만에 방북한 계기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했다.

그는 "러시아는 불법 거래에 연루되어 손을 더럽혔고 덕분에 북한은 제재 해제를 위해 더 이상 미국에 의존할 필요가 없게 됐다"며 "이는 본질적으로 미국의 주요 협상 카드를 하나 빼앗은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2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에 대해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고, 국가의 대외정책과 개인적 감정은 엄연히 갈라봐야 한다"며 "조미(북미) 대결의 초침이 멎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 확대회담을 했다고 노동신문이 1일 보도했다.(노동신문) 2019.3.1/뉴스1

리 참사는 또 북한 외교관들이 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와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고 경제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시나리오에 대한 전략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리 참사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북자 문제를 양보하면서 일본과 정상회담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과 일본 간 가장 큰 현안 중 하나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다. 일본은 납북자를 17명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지난 2002년 돌아온 5명을 제외하고 12명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납북자는 13명이고 돌아간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망해 납북자 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리 참사는 김정은이 경제적 지원을 위해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하에서 확립된 입장을 바꿀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김정은이 정상회담에서 양보할 때까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리 참사는 올해 초 우리나라와 쿠바 간 수교를 맺은 것에 대해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쿠바와의 수교는 지난해 이후 한국이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었다"며 "역사의 흐름이 어떻게 바뀌었고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정상 문명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였다"고 평가했다.

한편 리 참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북한 국내외 사정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외부 세계로 정보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평양으로 연결되는 대부분의 통신선이 끊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 초 공관을 다시 열고 해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소환할 때 아무것도 없다며 사용한 칫솔부터 숟가락까지 모든 것을 집으로 가져올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