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사, 벨라루스 기업에 부품 공급"…러 군사무기 지원 의혹
러시아 전차 등 무기의 조준기 부품으로 사용돼
미국 제재 시작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부품 거래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중국의 기계 제조사가 미국과 영국이 제재 중인 벨라루스 군수 기업에 정밀 부품을 지속해서 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자체적으로 입수한 거래 내역을 바탕으로 수출된 부품이 러시아의 무기 생산에 필수적이라며, 제재가 시작된 2023년 이후에도 수출을 멈추지 않았다고 24일 보도했다.
부품들은 러시아군의 전차 등 무기의 조준기 제작에 쓰이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는 러시아군에 대한 무기 공급에 중국 기업이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표면화된 셈이다.
중국은 러시아군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미국과 서방의 정부 기관들은 이미 이 같은 실태를 파악하고 있으며 제재망을 확대할 방침이다.
외국에 거점을 둔 벨라루스의 반정부단체 '벨폴(BELPOL)'이 자국 군수 관계 기업에 재직하는 복수의 협력자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는 중국 기업과의 거래 내역과 지불 기록 등이 포함돼 있다.
계약서 등에는 023년 12월 1일, 중국 기계부품 브랜드 '광둥뤼슌과기(広東緑循科技)'가 벨라루스의 군수 기업 'BelOMO'에서 무기 조준기용 레이저 목표지시장치 'LAD-21T' 관련 부품 3000유닛을 발주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해당 부품은 레이저 유도 폭탄이나 미사일에도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금 결제는 위안화로 러시아 국영 VTB은행 상하이 지점을 통해 이뤄졌다.
미 재무부는 이로부터 나흘 뒤 BelOMO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광둥뤼슌과기는 올해 2월 16일에도 조준기 관련 부품 등 총 555만8800위안(약 10억6000만 원) 상당의 거래가 오갔다.
이와는 별도로 톈진시(市) 소재의 총더우주항공에도 지난 2월 1일, BelOMO그룹 계역사 '디아프로엑토르(DP)'와 '플랜지'라고 불리는 부품 공급 계약을 맺었다. 200유닛을 제공하는 대가로 지불된 금액은 11만4000위안(약 2200만 원) 벨라루스 은행과 중국 국유 금융기관이 관여했다.
심지어 BelOMO는 올해 5월 2일에는 이 회사에 조준기 관련 부품을 월 100유닛씩 지속적으로 공급해 달라는 서신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군수산업이 긴밀하게 연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도 발견됐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부품 회사 '프리시전 레이저 시스템즈(PLS)'는 올해 2월 2일 조준기 생산에 필요한 레이저 부품을 DP에 공급했다.
납품 시 관련 서류에는 부품에 ' Haucore'라는 중국 기업의 반도체 레이저가 사용됐다고 명기돼 있었다.
PLS와 DP가 주고받은 서류에 의하면 공급량 총 78유닛에 대한 대가는 총 49만9200달러(약 7억 원). PLS는 지난 2월과 3월에도 DP에 같은 규모의 반도체 레이저 부품을 넘겼다.
DP는 벨라루스 군수 기업 'PELENG'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었는데, 이곳도 미국과 영국의 제재 대상이다. 이곳에 공급된 기기는 러시아 전차용 조준기 '소스나-U'로 파악됐다.
한편 중국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을 부인하고 있다. 단 미국과 유럽은 중국이 하이테크 부품 등을 수출해 러시아군을 간접 지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도 더 강화할 전망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0일 강연에서 "중국은 러시아 방위산업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채택한 공동선언에서 중국은 러시아의 '결정적인 지원자'라고 비판했다.
이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동선언에서도 중국을 명시하고, 러시아의 군수물자 조달에 관련된 외국 금융기관에 제재 대상을 늘리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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