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급속 보급에 중국에선 럭셔리 세단까지 '눈물의 세일'[베이징브리핑]

'2000만원 초반대 캠리 등장…럭셔리카는 최대 '억단위' 가격 인하
전기차 침투 확산 속 경쟁 확산…소비자는 반색

13일 중국 장쑤성 난징항에서 선적을 기다리는 볼보 자동차들이 열지어 서있다. 스웨덴 브랜드인 볼보 자동차는 중국 길리 자동차의 자회사로 주로 중국 청두에서 생산된다. 2024.05.14 ⓒ AFP=뉴스1 ⓒ News1 윤석민 대기자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중국에서 전기차 보급 확대 등으로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눈물의 세일'을 하거나 장기 무이자 혜택 등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9일 중국 현지 언론 등을 종합하면 도요타의 대표 모델 중 하나인 세단 캠리의 9세대 모델의 최근 판매 가격이 12만위안(약 2300만원)까지 떨어졌다. 한때는 '베스트 셀러' 반열에 올랐던 캠리의 가격이 급락했다는 소식은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올해 3월 출시된 캠리의 공식 출시 가격은 17만1800위안(약 34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그동안 도요타가 중국에서 판매한 캠리 모델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도요타 매장 관계자는 "4만위안이 넘는 할인을 받고 자동차 교체 인센티브를 적용한다면 판매 가격이 11만위안대로도 떨어질 수 있다"며 "한 달에 한 번씩 가격이 내려가는데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8세대 모델이 중국에서 100만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였던 데 반해 9세대 모델은 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3월 캠리가 출시된 이후 월별 판매량은 1만대를 돌파하지도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격 전쟁은 캠리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 소비자 권장 가격이 약 33만4800위안인 벤츠 C클래스 모델은 최근 20만위안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콧대 높던 고급 브랜드 차량도 잇따라 백기를 들었다.

'럭셔리카'의 대명사인 벤틀리의 플라잉스퍼의 출시 가격은 336만위안대였지만 옵션이 적용되지 않은 모델 기준 최대 110만위안(약 2억1000만원) 할인해 판매 중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마세라티의 기블리 역시 일부 사양의 경우 최대 17만5000위안의 현금 할인 혜택이, 애스턴 마틴의 일부 모델은 최대 30만위안의 할인 혜택이 적용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방문한 베이징 포르쉐 매장 관계자는 "차량을 구매하면 5년간 무이자 분납이 가능하다"라고도 귀띔했다.

한 슈퍼카 업체의 딜러는 현지 언론에 "판매 가격 대비 최소 10% 정도는 인하해 판매하는 게 최근 시장에서는 매우 보편적인 일"이라며 "이는 판매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가격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은 신에너지 자동차가 대중화됨에 따라 내연 기관 차량이 적지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기존과 같은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가격 인하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들의 '눈물의 세일'은 오히려 자동차를 구매하려던 소비자 입장에서는 하나의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중 씨는 "곧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라 더 큰 차를 구매하기 위해 매장 여러 곳을 둘러봤다"며 "과거에는 웃돈을 줘야 겨우 구매할 수 있었던 모델도 바로 출고가 가능하다고 해 바로 구매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급차' 세금 이내의 범위로 들어오는 '드림카'를 구매하면서 딜러와 협상해 A/S 기간도 5년 정도로 늘렸다"며 "만약 차를 살 생각이 있다면 지금 사는 것이 가장 적기인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또 다른 직장인 가오 씨도 "약 100만위안의 예산을 잡고 SUV 차량으로 교체하려고 했다"고 소개하며 "소비자가격이 80만위안으로 형성되어 있던 차량인데 할인받아 60만위안대에 구매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미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최근의 가격 인하가 그리 달갑지는 않다. 지난해 독일 브랜드의 차량을 구매한 한 직장인은 "조금 무리해서 차량을 구매했는데, 최근 차량 가격이 떨어졌다는 지인들의 말을 들으니 배가 조금 아픈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