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도전 고이케,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도문 "앞으로도 안 보내"

아사히신문이 실시한 앙케트 조사에 "대응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
렌호·이시마루 후보 등은 추도문 송부 쪽으로 기울어…"역사 직면해야"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 지사가 12일 (현지시간) 3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뒤 도쿄 신주쿠에서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2024.06.1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3선에 도전하는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지사가 앞으로도 간토대지진 당시 유언비어로 학살당한 조선인들을 추모하는 추도문을 보내지 않겠다고 표명했다.

아사히신문은 도쿄도지사 선거의 주요 후보 6명에게 2017년 고이케 도지사가 추도문 송부를 중단한 것에 대한 논평을 요청해 얻은 답변을 2일 보도했다.

고이케 도지사는 "대법요에서 간토대지진 및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희생된 모든 분께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다"며 "(추도문을 보내지 않는) 대응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2016년 도지사에 처음 당선된 직후에는 조선인 희생자를 위한 별도의 추도문을 보냈으나 이듬해부터는 그만뒀다. 이미 대법요 행사에서 지진으로 인해 숨진 모든 희생자를 애도했으므로 두 번 일을 할 수는 없다는 요지에서다.

추도문 송부를 중단하기 전에도 그는 조선인 추도비의 기술이 사실에 반하므로 "비석을 철거하고 추도문 송부를 재고해달라"는 자민당 도의회의 요구에 "앞으로는 제가 잘 살피고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일본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쵸 공원에 마련된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 2023.09.01/ ⓒ 뉴스1 권진영 기자

스미다구(区) 요코아미정(町)에 있는 조선인 추도비에는 "잘못된 책동(선동)과 유언비어 때문에 6000여 명에 달하는 조선인이 귀한 생명을 뺏겼다"고 기록돼 있다. 이 비석 앞에서는 1974년부터 매년 9월 1일이면 추모 행사가 열린다.

고이케 도지사는 조선인 추도문, 추도비와 관련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다양한 내용이 역사적 사실이라고 적혀 있다. 무엇이 명백한 사실인지는 역사가가 풀어갈 것"이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2022년에는 도쿄도 외곽단체의 인권기획전시회에서 상영 검토 중이던 영상에 대해 담당 직원이 "지사가 (추도문을 보내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살을 사실이라고 발언하는 영상을 사용하는 것은 우려스럽다"는 메일을 보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추도문을 보내지 않겠다는 고이케 도지사의 입장이 도정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현지시간) 일본 도쿄 전국언론클럽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시마루 신지 아키타카타 시장, 고이케 유리코 현 도쿄도지사, 렌호 참의원, 다모가미 도시오 전 자위대 항공막료장. 2024.06.19/ ⓒ AFP=뉴스1 ⓒ News1 조유리 기자

반면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다른 후보자들은 변화를 예고했다.

렌호 전 참의원은 추도문 송부를 중단한 고이케 도지사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며 "주최 단체에서 요청하면 추도문 송부를 포함해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시마루 신지 전 히로시마현 아키타카타시장은 "책임이 있는 입장으로서, 역사를 직면해야만 한다. 송부하겠다"고 공언했다.

고이케 도지사와 같이 추도문을 보내지 않겠다고 답한 후보자는 6명 중 다모가미 도시오 전 자위대 항공막료장이 유일했다. 그는 "지금 한일 관계를 생각하면 일본 악역론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간토대지진과 조선인 대학살은 1923년 9월 1일 발생했다. 규모 7.9의 강진으로 화재가 번졌고 이로인해 10만 5000명 이상이 숨졌다. 이후 "조선인이 약탈을 하고 불을 질렀다"거나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유언비어가 퍼지자 주민들은 '자경단'을 조직해 조선인 등을 살해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정부가 2009년 작성한 중앙방재회의 보고서에는 "학살이라는 표현이 타당한 예가 많았다. 대상은 조선인이 가장 많았고 중국인·내지인(일본인)도 적잖이 피해를 보았다"고 기술돼 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