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라인야후를 日인프라로' 자민당 주문에 "책임지고 하겠다"
마이니치 신문 21일 보도…총무성 행정지도 실시한 3~4월 회동
日정부 소프트뱅크 사장도 소환…네이버 보유 지분 매입 주문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 회장이 '라인 야후를 일본 인프라로 만들어 달라'는 집권 자민당 인사에게 "내가 책임지고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손 회장과 자민당의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안전보장추진본부장은 일본 총무성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라인야후를 상대로 두차례에 걸쳐 행정지도를 실시한 지난 3~4월 일본 모처에서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아마리 본부장은 손 회장에게 "방법은 그쪽이 선택하는 것이지만, 일본의 인프라는 앱개발부터 모두 일본 국내에서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이에 대해 손 회장은 "내가 책임을 지고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또한 일본 정부는 소프트뱅크 사장을 따로 불러내 네이버가 보유한 라인야후 지분을 매입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행정지도 문서를 통해 '지분관계 재검토'를 명시한 총무성이 미야카와 준이치(宮川潤一) 소프트뱅크 사장을 별도로 호출해 "사실상 네이버의 출자 비율을 낮춰 라인야후 경영권을 소프트뱅크로 옮길 것을 요구했다"고 이날 마이니치는 전했다.
라인은 일본 국민 10명 중 8명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로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NHN재팬'이 개발해 2011년부터 서비스 중이다. 2019년에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검색엔진 업체 야후재팬과 손을 잡고 라인 지주사인 A홀딩스를 설립했다. A홀딩스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 대 50의 비율로 나눠 갖고 있다.
총무성은 지난해 11월 네이버 클라우드(가상서버)를 통해 일본인 개인정보 51만건이 유출되자 지난 3월과 4월 라인야후를 상대로 두차례에 걸쳐 행정지도를 실시하며 재발 방지 대책과 함께 지분 관계 재검토를 주문했다. 행정지도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개인정보 유출을 빌미로 일본 정부가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압박해 한국 기업의 경영권을 강탈하려 한다는 우려가 속출했다.
라인야후는 지난 3월 1차 행정지도를 받은 뒤 네이버에 위탁한 서비스 개발 운용을 차례로 종료·축소해 나가고 2026년 12월까지 네이버와의 시스템을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재발방지책을 총무성에 제출했다. 그러나 자본 관계 재검토에 대해선 명시돼 있지 않았고 총무성은 "구체성이 부족하고 실효성도 불충분하다"며 지난 4월 다시 행정지도를 했다.
민간 기업을 상대로 일본 정부가 한 달간 2회 연속 행정지도를 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소프트뱅크의 간부는 이날 마이니치에 "'자본 구성을 재검토하라'고 하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느꼈다"며 "설마 여기까지 깊이 발을 들여놓을 줄은 (몰랐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야카와 사장은 지난 20일 열린 소프트뱅크 주주 총회에서 자본 관계 재검토를 위한 네이버 측과의 교섭 상황에 대해 "협의 중"이라면서 "현시점에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라인야후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21일 주주총회에선 손 회장이 직접 등판했지만 "인간 지능의 1만배에 달하는 초인공지능(ASI)을 10년 뒤 실현하겠다"는 향후 사업 구상을 밝혔을 뿐, 라인야후와 네이버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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