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협정, 협력 범위 불분명하지만 서방 위협 증가는 확실"

"나토 동진, 공격으로 간주하면 北 동원 가능"
"얼마나 많은 부분 협력 가능할지 미지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현지시간)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환영식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2024.06.2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이 단순한 양국 간 방어 지원을 넘어 북한의 핵 개발에 속도를 붙이는 등 동북아 안보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19일 북한 평양에서 두 시간에 걸친 일대일 회담 끝에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

협정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푸틴 대통령은 양국 중 한쪽이 공격당하면 서로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북한이 말하는 '상호 지원'의 범위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러시아 외무장관은 "방어적인 입장일 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유엔 헌장 51조와 러시아·북한 국내법에 따라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설명이다. 유엔 헌장 51조는 유엔 회원국에 무력 공격이 있을 경우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을 가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다른 나라로부터 공격받을 입장이 아닌 만큼, 이번 협정에서 언급된 '상호 지원'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면서도 군사 지원 협력에는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수미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북한과 러시아를 침략자로 표현하며 "침략자는 침략자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상호 방어 조항은 발동될 가능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침략 이유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진'을 '공격'으로 간주한다면 상호 지원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테리 연구원의 의견이다.

테리 연구원은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북한이 외화벌이의 방법으로 수년 동안 전 세계에 파견해 온 노동자의 군사 버전인 러시아 군대에 군인을 파견할 가능성이 있다"며 "러시아는 확실히 더 많은 인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도울 여지도 남아 있다. 테리 연구원은 "북한은 러시아를 위해 더 많은 군수품을 생산하고, 러시아는 탄도 핵 발사가 가능한 잠수함 개발 지원을 포함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에 더 많은 고급 지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북한의 대량파괴 무기 능력을 향상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지난해 푸틴-김정은 회담이 있은 지 불과 두 달 만에 북한은 성공적인 위성 발사를 했다는 것은 양국 간 협력이 이미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 "우주 발사와 대륙간 탄도 미사일에 사용되는 기술이 실질적으로 같기 때문에 매우 우려스럽다"며 "러시아가 얼마나 많은 지원을 제공할지는 알 수 없지만, 러시아가 원할 경우 (서방에 대한) 위협을 실질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CNN 역시 "전문가들은 김 총비서가 러시아의 다양한 첨단 무기에 대한 노하우는 물론 우라늄 농축, 원자로 설계, 잠수함용 핵 추진과 관련된 기술에 대한 접근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다"며 "북한 지도자는 자신의 무기 프로그램이 정권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북한이 핵 개발 지원 등 러시아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싱크탱크의 핵 정책 프로그램 선임 연구원인 안킷 판다는 CNN에 "러시아는 북한과 협력할 수 있는 '덜 민감한' 기술들이 있다"며 "푸틴 대통령은 레이더나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핵기술 등 '민감한' 기술에 대해 협력하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