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게이단렌, 정부에 "부부별성 한시라도 빨리 제도화해야" 제언

게이단렌 회장 '현행 성씨제도 기업에게 사업 위험 요소로 작용'
경제계 주도로 20년 가까이 개정법안 방치한 자민당에 탄력 붙을까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 자민당 제91차 당대회에서 도쿠라 마사카즈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회장이 연설하고 있다. 2024.03.17/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가 10일, 정부에 결혼 후에도 부부가 각각의 성씨를 쓸 수 있는 '선택제 부부별성' 제도 조기 실현을 요구하는 제언을 모아 전달했다.

블룸버그는 게이단렌이 정부에 이런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을 한시라도 빨리 국회에 제출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게이단렌이 부부별성제 실현을 요구하는 제언을 단체로서 기관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월에는 단체 내 다양성추진위원회 멤버가 가토 아유코 여성활약담당상과의 환담회에서 같은 내용으로 제언한 바 있다.

도쿠라 마사카즈(十倉雅和) 회장은 이날 오후에 열린 정례회견에서 현행 성씨 제도는 직장에서 해외 출장 시, 사업용으로 쓰는 옛 성씨와 결혼 후 바뀐 성씨가 혼동돼 문제가 발생하는 등 "기업에 사업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에서 기탄없는 논의를 한시바삐 시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법무성 법제심의회는 1996년 선택적 부부별성제 도입을 담은 민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자민당 내에서 의견이 정리되지 않아 법안은 그대로 방치됐다. 게이단렌의 적극적 제언으로 추진력이 붙어 당내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자민당 내 추진파 의원 연맹의 이데 요세이 사무국장은 게이단렌의 제언에 대해 "많은 사업자와 기업이 제도 개정이 필요 불가결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그는 찬성·반대파 양쪽에 제언이 "큰 임팩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일본 현행 민법은 혼인 시 아내나 남편 중 한 사람의 성씨를 선택해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국립사회보장·인구연구소가 2022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배우자가 있는 아내 중 '남편 성'을 쓰는 비율은 과거 15년간 95% 정도로 대부분이다.

경제계에서는 혼인 후에도 이전 성씨를 사용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지만 많은 금융 기관에서 계좌를 개설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하며, 기업에도 세금 및 사회보장 절차에 호적상 성씨를 조회해야만 하는 행정 부담이 늘어난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혼인 시 무조건 부부동성만 인정하는 나라는 일본뿐이라며 2003년 이후 3번에 걸쳐 관련 권고를 냈다.

자민당은 2021년 '성씨 제도의 방식에 관한 워킹팀'을 구성하고 "호적제도 유지"와 "아이에게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충분히 배려함"을 전제로 "추가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팀만 세웠을 뿐 실제로 의견을 교환 등 활동 이력은 없다.

이데 사무국장은 "의논했다 하면 대립하는 것을 반복하며 또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고 지적하며 평등과 관용에 대한 의식이 높은 젊은 층의 목소리에 답하기 위해서라도 "한시바삐 의논을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NHK가 2024년 들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선택적 부부별성제'에 찬성하는 사람은 62%·반대는 27%로 집계됐다. 연령별로 따지면 60대 이하에서는 모두 '찬성' 70%대로 반대를 크게 웃돌았다.

한편 내각부는 "적극적으로 결혼을 희망하지 않는 이유"로 '이름·성씨가 바뀌는 것이 싫거나 귀찮으니까'를 선택한 여성이 2030 세대에서 25%, 40~60 세대에서는 3분의 1 이상이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