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 미국 관세 우회하려 베트남·멕시코로 눈 돌린다
중국, 생산지 베트남으로 옮기는 건 대미 우회 수출 노린 것
중국 기업 관계자 "트럼프 재선 시 해외 생산 고려"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면서 중국 기업들이 베트남과 멕시코 등에 대한 투자를 점점 늘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생산처를 바꿔 미국의 고율 관세를 우회하기 위해서다.
FT 자회사 FDI마켓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4월에서 올해 3월까지 1년 동안 중국 제조·물류 기업의 멕시코 신규 투자 건수는 41건, 베트남 투자 건수는 39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집계가 시작된 2003년 이래 가장 높은 연간 수치로 멕시코와 베트남 모두 중국의 대미 투자 건수를 웃돈다. 중국의 대규모 투자 중에는 국영 기업인 상하이자동차(SAIC)의 멕시코 법인이 발표한 20억 달러(약 2조8000억 원) 규모의 공장 건설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미국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입처 다각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 또한 베트남과 멕시코 등을 노리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이 멕시코와 태국에 수출한 금액은 합쳐서 1587억 달러(약 218조 원) 규모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전체 수출액은 3.4조 달러(약 4690조 원)로 4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 같은 기간 베트남에 대한 중국의 컴퓨터 부품 수출액은 17억 달러(2조3000억 원) 규모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은 지난 4월 베트남의 대미 무역흑자가 많이 증가했다면서 이는 중국이 단순히 생산지를 베트남으로 옮기고 있을 뿐 아니라 베트남을 제품의 수출 우회 통로 중 하나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빈 초어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으로부터의 직접 수입은 중단될지 모르지만, 미국은 중국의 공급망에 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식칼 및 공구 제조업체인 서밋엔터프라이즈는 중국 광둥성에서 26년간 공장을 운영해 왔지만, 이제 베트남에 두 번째 공장 건설을 계획 중이다.
생산 비용과 노동 기술력 측면에서 중국이 더 나은 측면이 있는데도 굳이 비용을 들여 베트남이나 멕시코를 찾는 건 더 낮은 관세로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밋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정치적인 이유와 낮은 관세 때문에 베트남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 배낭 제조업체 관계자는 "중국에서 만다는 게 배송 시간과 비용, 품질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면서도 "중국 무역을 더 크게 단속하겠다고 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면 해외 생산을 고려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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