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지진 대응에 강한 대만…국제무대서 증명하게 해 달라"[대사에게 듣는다]

량광중 주한 타이베이대표부 대표 인터뷰
"세계보건총회와 ICAO 등 참여해 국제사회에 기여 원해"

량광중 주한 타이베이대표부 대표.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1999년 대만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한국은 구조대를 파견해 6세 소년을 구조했습니다. 그 소년이 자라서 2015년에 한국을 방문해 당시 생명의 은인에게 감사를 표했죠. 이 일화는 지금까지 전해오는 미담입니다."

사실상 대만의 주한대사 역할을 하는 량광중 주한타이베이대표부 대표는 14일 뉴스1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대만이 지진 대응에 강해진 계기로 9·21 지진을 언급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육룡이 나르샤'와 '대장금' 등 한국 드라마의 팬을 자처하는 량 대표는 "최근 한국 정부가 화롄 지진 재해 복구를 위해 50만 달러를 기부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아래는 량 대표와의 일문일답.

─지난 4월 화롄 지진이 규모에 비해 피해가 적었던 배경에는 건물 내진설계 강화 외에 어떤 요소들이 있다고 보는지.

▶대만은 지난 1999년 9·21 대지진을 겪었다. 이후 대만은 자연재해에 보다 더 철저하게 대비하게 되었다. 9·21 대지진으로 인해 2415명이 사망하고 29명이 실종되며 1만1305명이 부상을 입고 10만 여호의 주택이 파손되는 등 심각한 피해가 있었다.

당시 한국은 대만에 구조대를 파견해 6세 소년을 구조했다. 그 소년이 자라서 2015년에 한국을 방문해 당시의 생명의 은인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 일화는 지금까지 전해오는 미담이 됐다.

9·21 대지진의 피해를 교훈으로 삼고 지진 재난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대만 행정원은 매년 9월 21일을 '국가 재난 방지의 날'로 지정했다. 이를 통해 국가 차원에서 지진 대피 능력을 증진시키고, 대피 및 구조 훈련을 실시해 모든 국민의 재난 예방 의식과 대응 능력을 높였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었던 대만의 청춘 로맨스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과 다시 연락을 취하는 장면이 있다. 그 계기가 바로 9·21 대지진이었다. 대지진 당시 사람들은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가족과 친구의 안전을 확인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지진 경험이 없을 수 있지만, 대만에서는 지진이 비교적 자주 발생하며, 9·21 대지진 이후 대만 사람들의 재난 대비 의식이 한층 더 강화됐다.

─대만은 이달 세계보건총회(WHA)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의 참여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루고자 하는 목적은.

▶국제기구는 '글로벌 거버넌스'의 중요한 플랫폼이다. 대만은 다양한 국제기구 참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오는 27일부터 6월 1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되는 제77회 '세계보건총회'(WHA)도 그 중 하나다. 지난 몇 년 동안 대만은 의료 보건 경험과 혁신 기술을 공유하고 글로벌 공중 보건에 기여해 왔다.

대만은 우리가 이번 WHA에 옵서버(관찰자) 자격으로 참여하도록 각국이 지지해줄 것을 호소하며 WHO의 모든 회의, 활동 및 메커니즘에 대만이 정기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또 WHO가 대만이 '세계보건기구 팬데믹 협정'(WHO Pandemic Agreement)에 공동 서명할 수 있도록 초청하기를 촉구한다.

중국 민용항공국은 지난 2월 1일부터 M503 항로의 절충조치(편서 운항) 취소를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W122와 W123 항로를 서에서 동으로 운행하도록 했다. 중국의 새로운 두 항로는 지역 항공 안전과 양안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대만은 국제사회에 이 사건을 직시할 것을 촉구하며, 중국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규정에 따라 새로운 항로의 시행과 관련하여 대만과 즉시 협상을 시작하고, 국제사회가 대만의 ICAO 참여를 지지해줄 것을 요구한다.

─이 밖에 대만이 참여를 원하는 다른 국제기구가 있다면.

▶대만은 '국제형사경찰기구'(INTERPOL) 참여를 희망한다. 전 세계의 다국적 범죄와의 싸움에 기여하고자 한다. 대만은 옵서버로서 인터폴의 회의, 활동 및 메커니즘에 직접 참여하고 국제 안보 시스템의 정보 공유에 기여하며, 테러리즘 및 범국가 범죄와의 싸움에 협력하고 각국의 형사경찰 기관과 함께 글로벌 안전망을 유지하기를 원한다.

─중국의 무력 시위가 계속 강화되고 있는데, 실제로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만은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로서, 군사력이나 위협으로 일방적으로 대만 해협의 현 상황을 변경하는 것에 반대한다. 올해 초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이 군사력으로 대만을 침공할 경우 전 세계 GDP가 10% 급감하며, 대만·미국·일본·한국·중국 등 각국의 GDP도 각각 40%·8%·20%·23%·16%씩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는 중국의 무력행위가 자기 자신은 물론 전 세계 경제에 큰 피해를 입힐 것임을 보여준다. 중국은 이득과 손실을 신중히 평가해야 한다. 경솔한 행동으로 인한 자국 사회경제의 붕괴를 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양안 관계에서 대만은 동등한 입장에서 평화롭게 대화를 통해 분쟁을 해결할 것을 고수하며 중국과의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희망한다.

량광중 주한 타이베이대표부 대표. ⓒ News1 강민경 기자

─한국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대만과 한국은 자유·민주주의·인권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며, 또한 오랫동안 권위주의 국가들로부터의 위협에 직면해 왔다. 두 국가는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으며, 한반도와 대만 해협의 정세는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는 '순망치한(唇亡齒寒)'이라는 사자성어처럼 양국은 운명 공동체로서의 관계다.

또한, 대만과 한국은 경제 및 무역 분야에서 밀접한 사이다. 특히 반도체 및 정보통신 기술 산업의 공급망에서 매우 긴밀한 관계다.

민간 교류도 활발하다. 2023년 통계에 따르면 양국 간의 양자 무역 총액은 466억 달러에 달했으며, 그 중 대만이 한국에 수출한 금액은 182억 1214만 달러이고,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금액은 284억 929만 달러였다.

한국은 대만의 다섯 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가 됐고, 대만은 한국의 여섯 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가 됐다. 이는 양국 간 경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향후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국에 부임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소회가 어떤지. 그리고 현재 대만에서 대세인 한국 드라마나 가수가 있는지.

▶아내와 자녀의 영향으로 베트남에서 근무할 때(2013년~2018년)부터 이미 한국 드라마 팬이었다. '대장금' '육룡이 나르샤'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작품을 통해 한국 문화에 익숙해졌고, 한국 문화는 가족의 공통의 관심사이자 대화 주제가 되곤 했다.

현재 넷플릭스를 포함한 여러 스트리밍 플랫폼 덕분에 한국에서 인기 있는 많은 한국 드라마가 대만에서도 널리 사랑받고 있다. 예를 들어 '눈물의 여왕'은 현재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한국 드라마 중 하나다.

가수 부문에서는 아이유가 얼마 전 타이베이에서 콘서트를 열었고, 걸그룹 블랙핑크는 지난해 가오슝에서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들의 공연 티켓은 매우 빠르게 매진됐다. 또한, 클론 구준엽과 대만 배우인 쉬시위안(徐熙媛·서희원)이 결혼한 후 구준엽의 대만 내 인기가 크게 상승했고, '국민 사위'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한류와 K-컬처는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가 됐다. 영화와 드라마 산업에 그치지 않고 스포츠 경기와 항공우주, 방위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은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데, 동료들과도 기회가 되면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누며 연습을 하고 있다. 동료들이 나의 한국어 선생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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