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따라 요동쳐온 日경제…전문가들 "이젠 약세보다 강세가 낫다"
외국 관광객 넘쳐나지만 일본인들은 인플레이션 위험에 처해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지난 24일 뉴욕 외환 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환율이 155엔을 훌쩍 넘겨 1990년 6월 이후 즉 34년 만에 엔화 최약세를 기록했다. 엔저 덕에 외국 관광객이 넘쳐나고 수출 중심의 일부 산업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지만 엔화 약세로 인해 정작 일본인들은 해외 여행을 취소해야 할 상황이 됐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한 경제학자가 지적했다.
하마다 고이치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는 최근 이러한 내용의 글을 일본 재팬타임스에 기고했다. 그는 일본의 관광 부문은 도쿄 여행이 저렴해지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엔화 약세로 인해 일본에 있는 경제학자 친구 중 일부는 (학교나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이 여행 경비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에 미국으로의 연구 여행을 취소해야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통화의 절상과 절하 중 어느 것이 거시경제 성과를 높이는 데 더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환율과 인플레이션의 관계다. 한 나라의 통화의 가치가 무역, 수입과 수출, 소비와 구매력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 외에도 "더 중요한 것은 현지 통화의 약세가 성장을 촉진하는 적당한 인플레이션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 침체기에 직업을 바꾸거나 혁신하려는 사람이나 기업이 적었지만 이런 적당한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이른바 '높은 압력 경제'(high-pressure economy)가 되어 더 많은 고용 기회를 창출하고, 자원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할당되도록 함으로써 기술 발전을 촉진한다고 했다. 그런 예로 일본의 전후 경제부터 1980년대까지를 시기를 들었다.
하지만 1985년 일본, 미국, 독일(서독), 프랑스, 영국 대표들이 뉴욕 플라자호텔에 모여 달러의 대폭적인 평가절하를 합의하자 엔화가 급등했다면서 그 후 상황을 설명했다. 즉 플라자 협정 이후, 일본은행은 엔화 강세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통화 공급을 빡빡하게 유지했고 통화 긴축은 생산성을 억눌렀다는 것이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미국과 영국, 유럽이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썼지만, 일본은 완화하지 않았고 2013년에야 일본은행은 통화완화에 합류했다고 설명했다. 그 덕에 2019년까지 400만개의 일자리가 추가됐다는 게 그의 평가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서방 국가들의 재정 지출이 늘어 2021년 이후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달러가 급등하고 엔화가 절하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 하마다 교수는 "평가 절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일본의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며 "이제 일본은행은 수익률 곡선 통제보다는 플러스 금리를 사용해 인플레 방지 정책을 시행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닛폰닷컴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 일본의 통화정책을 이끌면서 '미스터 엔'으로 불렸던 일본의 저명 경제학자인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재무성 국제 담당 차관은 "수출이 일본 경제를 견인하는 기간에는 엔화 약세가 일본에 더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고 세계화에 대응하고 있는 현재로서는 엔화 강세가 좋다"고 말했다고 닛폰닷컴은 전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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