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푸바오는 외교대사♡"…중국 판다 외교의 역사

[판다경제] 판다 선물했던 중국…1972년 '미중 데탕트' 상징
상업적 목적 판다 임대 중단 후 '공동 협력' 명목으로 전세계에 판다 보내

중국판다보호연구센터는 웨이보(微博·중국판 엑스)를 통해 4일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워룽중화자이언트판다원(臥龍中華大熊猫苑) 선수핑기지(神樹坪基地)의 격리·검역 구역에 들어가는 모스1을 공개했다. (중국판다보호연구센터 웨이보 캡처)2024.4.4/뉴스1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지난 2020년 7월 한국에서 태어난 판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귀국하면서 중국의 '판다 외교'가 재조명되고 있다.

중국은 외교관계를 수립한 나라에 우호의 표시로 판다를 선물(대여)해 상호간 외교 관계를 두텁게하고 멸종 위기종에 대한 보호 및 연구 등 협력 체계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 최초의 판다 외교는 당나라 측천무후와 현종 시절 일본에 '백곰' 두마리를 선물한 것이 그 시작으로 알려져있다. 당시 중국이 일본에 선물한 백곰이 지금의 판다라는 얘기다.

20세기들어 중국이 '우호대사'인 판다를 정치적으로 활용한 사례가 크게 늘었다. 우선 1936~1945년 중국 국민당 정부는 서방국에 총 14마리의 판다를 기증한 것으로 파악된다. 1941년에는 장제스 국민당 주석과 쑹메이링이 국민당을 지원한 미국에 난민구제연합회에 판다를 헌납했다.

중화민국 정부가 1946년 영국 정부에 판다 한 마리를 선물한 것이 판다가 공식적인 외교적 수단으로 해외를 향한 사례로 꼽힌다.

신중국 이후 중국의 본격적인 판다 외교가 시작됐다. 당시 판다가 향했던 곳을 보면 중국의 외교 정책을 엿볼 수 있다. 중국은 1950년대에 단 2마리의 판다를 소련에 선물했다. 1960년대에는 북한에 판다를 선물한 사례를 제외하고는 중국의 판다가 해외로 간 사례는 없다. 북한은 1980년까지 총 5마리의 판다를 기증받았다. 당시 중국의 대외 정책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판다 외교'가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것은 미국과 중국 관계가 해빙되던 1970년 이후다.

중국 쓰촨성 워룽 선수핑 기지의 판다 박물관에 판다 외교의 역사가 소개되어 있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한 뒤 저운라이 당시 중국 총리가 선물로 보낸 링링과 싱싱이 그 주인공이다. 이를 시작으로 일본(1972년), 프랑스(1973년), 영국(1974년), 서독(1974년), 멕시코(1975년), 스페인(1978년)이 차례로 중국으로부터 판다를 선물받았다.

이 때만 하더라도 판다는 경제성과 연결되지 않고, 중국이 선물로 주는 일종의 정치적 '평화 대사'의 성격이 컸다.

1982년 이후 판다가 서식하는 곳의 생태 환경 악화로 개체수가 급감하자 중국은 외국에 판다를 선물하는 정책을 중단했다.

그러다 1984년 경제 '개혁 개방' 기조에 발맞춰 판다도 함께 내보내기 시작한다. 이 때에는 중국이 외국 동물원에 판다를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 주요 도시는 물론이고 일본,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호주, 뉴질랜드 등 해외 각지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판다가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되며 중국 내 '판다 수출'의 경쟁이 불붙었고 이를 위해 판다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등의 단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또한 인공적으로 사육된 판다의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판다의 가족 관계가 불분명한 점도 우려 요인으로 제기됐다.

결국 국제 환경단체와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중국은 상업적 목적의 판다 임대를 중단하고 1994년부터는 '판다 공동 번식'이라는 이름으로 판다를 임대하고 있다. 약 10년으로 설정된 판다 임대 기간 상대국은 중국에 약 1000만달러를 지불하고 연간 평균 50만달러의 임대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판다 임대 기간에는 양국이 공동으로 판다를 연구할 수 있고 이 기간 태어난 판다는 중국 측 소유가 된다. 이 규정에 따라 2016년 한국에 온 러바오와 아이바오가 낳은 판다 푸바오가 번식기에 맞춰 중국으로 돌아간 것이다. 판다가 만약 해외에서 죽거나 죽음이 임박한다 하더라도 그 시신은 중국 측 소유다.

13일(현지시간) 공개된 사진에서 싱가포르에서 태어난 판다 '러러'가 중국행을 앞두고 열린 환영 행사에서 자신의 비행기 티켓을 보며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2023.12.13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중국이 수십년간 이어온 '판다 외교'는 중국과 수교국 간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음음 물론 소프트 파워의 역량을 키우는 측면에서도 역할을 했다.

지난 2013년 영국 옥스퍼트대 연구팀은 "중국의 판다 애여는 자원 및 기술 무역과 거의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며 "중국은 판다를 대여해줌으로써 큰 대가없이 소프트파워를 얻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 중국은 2011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동물원에 판다 2마리를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면서 대체에너지 기술, 자동차 등과 관한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 이 규모는 약 26억 파운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 베이징에서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로 이송된 판다 야야. 야야는 기대 수명을 훌쩍 넘긴 22세 고령 판다가 됐다. 2003.04.07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최근들어서는 중국의 판다 외교가 중국과 주요국 간의 우호 관계를 반영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중 간 판다 교류다. 미중이 무역 갈등이 심화되고 있던 지난해 2월, 반환을 앞둔 판다 러러가 미국의 한 동물원에서 사망했다. 당시 미중은 '정찰 풍선' 사태와 우크라이나 문제 등으로 갈등이 확산되던 때 였다.

당시 러러의 사망 원인 중 하나가 미국 동물원 내 학대가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는데, 이로 인해 중국 정부는 시신 보존을 요구하고 전문가를 보내 공동 부검까지 참여했다.

그러나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중 간 판다 외교가 다시 활발해질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올 초 미국에 있던 판다 3마리가 중국으로 반환되면서 현재 미국에 남은 판다는 올해 임대 계약이 종료되는 4마리다. 만약 이들이 떠나면 미중 간 판다외교가 반세기만에 끝이 나게된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1월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판다 보전을 위해 미국과 계속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언급하며 '판다 외교' 재개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과 판다 보호 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