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푸바오' 오면 바로 인기 1등"…미리 가본 中선수핑기지

'자연친화적' 최신 판다기지…청두 도심서 약 2시간정도 걸려
지난해 반환 샤오치지·셩이도 이곳에…공개 판다 50마리 넘어

중국 쓰촨 워룽 중화자이언트판다원 선수핑기지 입구 ⓒ News1 정은지 특파원

(청두=뉴스1) 정은지 특파원 = "푸바오가 오면 바로 이곳의 '최고 인기 판다'가 될 거예요."

지난 25일 쓰촨성 워룽 중화자이언트판다원 선수핑(神樹坪)기지에서 만난 마오펀(猫粉·판다팬을 일컫는 말)은 푸바오를 이곳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있었다.

'용인 푸씨' 푸바오가 내달 3일 중국으로 반환된다. 푸바오는 국가임업초원국 산하 기관인 중국판다보호연구센터 4곳 중 한 곳인 워룽 선수핑기지로 향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약 90마리의 판다가 있다.

중국판다보호연구센터의 판다기지 중 도심과의 거리가 가장 멀지만 가장 자연 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선수핑기지는 지난 2016년 5월 문을 연 '신생' 기지로 해발 1700m에 자리 잡고 있다. 2008년 중국 쓰촨 원촨에서 발생한 규모 8.0의 지진으로 판다기지 일부가 훼손됐으나 홍콩 정부가 판다 기지 재건을 위해 2억3000만위안(약 426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다.

워룽 선수핑 기지로 향하는 길

청두 도심에서 약 2시간을 달린 후에야 130km가량 떨어진 이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판다의 고향' 답게 '판다도로'로 명명된 2차선의 좁은 도로와 산을 뚫어 만든 최장 5km의 터널을 여러 개 거쳤다.

베이징에서 청두까지 3시간의 비행시간과 공항에서 청두 도심까지 이동 시간 등을 모두 합한다면 한나절 넘게 걸린 셈이다.

선수핑기지 입구에서 만난 검표원은 "성수기인 7~8월에는 하루에 수천 명이 방문하곤 하지만, 비수기 평일에는 수백명 정도만 방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은 평일이라 방문객이 평소 대비 더 적은 것으로 보였다. 판다 기지 곳곳에는 한글이 포함된 소개 표지판과 유의 사항들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곳의 판다는 언덕 위에 위치한 실내방사장과 실외방사장을 넘나들며 활동한다. 나무, 웅덩이, 의자 등 다양한 구조물들이 배치된 실외방사장은 돌담으로 경계가 나뉘는데 하나의 방사장에는 1~3마리의 판다가 생활한다. 관람객들은 판다가 밖에서 대나무를 먹거나 뒹구는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기다린다. 어린 판다들은 판다기지 내 마련된 유치원을 다니기도 한다.

워룽 선수핑기지 실외 방사장에서 볼 수 있는 풍경

그나마 다행인 것은 판다가 움직이는 모습 5분을 보기 위해 수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한국 등의 동물원과는 달리 다양한 연령대의 개성 있는 판다를 원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산속에 자리 잡고 있어 개방감이 있고 맑은 공기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이곳의 장점 중 하나다.

이곳에서 관람객이 볼 수 있는 판다가 50마리가 넘기 때문에 판다가 활동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돌아갈 가능성은 매우 적다. 특히 수십마리의 판다 중 푸바오의 또래라고 할 수 있는 2021년생 판다는 무려 20마리가 넘어 빠른 적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워룽 선수핑기지의 판다가 나무를 타고 놀고있다.

하얼빈에서 왔다고 밝힌 한 방문객은 "쓰촨 여행 일정 중 판다를 보기 위해 이곳에 오게 됐다"며 "이곳에 푸바오가 온다는 얘기를 듣긴 했는데, 거리가 멀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푸바오를 보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워룽 선수핑기지의 쌍둥이 판다가 대나무를 먹고있다.

선수핑 기지는 방문객을 위해 마련된 도보를 기준으로 내환(內環)과 외환(外環)으로 구분된다. 외환에는 현존 선수핑기지 최고 인기 판다이자 '최고 미남' 판다인 샤오치지가 외환의 위쪽 기지에 자리를 잡았다. 푸바오와 동갑이자 친척인 샤오치지 방사장 앞에는 많은 판다팬들이 그의 모 그의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30대 윈 씨는 "샤오치지는 이 판다기지에서 가장 탑(顶流)인 판다"라면서도 "'작은 공주'인 푸바오가 온다면 푸바오의 인기는 샤오치지의 인기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윈 씨는 "푸바오가 청두에 온다면 공항에도 마중 나갈 생각"이라며 "푸바오가 이곳에 오는 것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25일 워룽 선수핑기지에서 샤오치지의 움직임을 촬영하는 판다팬들.

샤오치지와 인접한 방사장에는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돌아온 판다 셩이도 있었다. 주로 해외에서 반환된 판다 앞에 많은 관람객과 카메라가 있었는데, 귀환한 판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선수핑기지 출구의 박물관에서 만난 직원은 "판다는 보통 오전에 야외 활동을 하고 오후에는 잠을 자기 때문에 오전에 판다 팬의 방문이 많다"며 "푸바오가 이곳에 온다면 온 이후 격리 과정들을 거쳐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렇게 되면 더 많은 판다 팬들이 이곳에 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푸바오는 내달 중국 반환을 앞두고 지난 4일부터 에버랜드 판다월드 내실에서 사전 준비에 돌입했다. 푸바오는 청두에 도착한 후 적응 및 격리 기간을 거쳐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관람객들을 만나는 마지막 날인 3일 오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푸바오가 대나무를 먹고 있다. 2024.3.3/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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