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도쿄에 사이버방어 기지 개설…아시아·태평양 최초
민·관·학 함동 인재육성…韓 등 주변국과 공동연구도
中·北 해킹공격 기승에도…日 전문인력 11만명 부족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구글이 일본 도쿄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로 사이버방어 거점 기지를 개설했다. 중국과 북한의 해킹 공작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기업·대학과 협업해 지역 전체의 사이버 방어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구글은 7일 도쿄 롯폰기 내 자사 사무실에 사이버방어 거점 기지를 개설했다. 앞으로 이 사무실에서 구글 직원들은 해커들의 최신 공격 수법을 공유하고 사이버 방어 기술을 연마하는 한편 관련 인재도 양성할 예정이다.
아태 지역 거점 기지인 만큼 일본 외에도 한국, 인도, 호주, 동남아시아 각국의 정보기술(IT) 기업 기술자들을 초청해 공동 연구도 진행한다. 구글은 연구 대가를 받지는 않지만 인터넷 안전성을 높임으로써 인터넷 이용이 증대되는 간접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구글은 2022년 '디지털 미래 구상'을 발표하고 2024년까지 일본에 총 1000억 엔(약 9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첫 번째 일환으로 지난해 4월 도쿄 인근 자바현 인자이시에 일본 내 구글 데이터 센터를 처음으로 조성했다. 이번엔 사이버 방어 대책도 강화해 데이터 인프라에 대한 전체적인 신뢰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2001년 구글이 '1호' 해외법인을 일본에 설립한 만큼 사이버 방어 분야의 구글 연구원 다수가 현재 일본에 근무하고 있다. 구글에서 20년 이상 사이버 방어 분야에 종사한 헤더 아킨스 구글 부사장은 "민·관·학 대표들이 모여 사이버 전략을 논의할 수 있게 됐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각국의 연구기관과 기업도 초청해 함께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구글이 아시아·태평양에 사이버방어 거점 기지를 개설한 건 그만큼 이 지역의 해킹 위협이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미국 보안업체 레코디드 퓨처에 따르면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단체 라자루스가 벌인 해킹 공격의 80%가 아시아에서 발생했다. 이스라엘 보안업체 체크포인트 소프트웨어 테크놀로지스는 지난해 랜섬웨어 공격을 받은 비중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11%로 미국(9%)과 유럽·중동·아프리카(10%)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작 일본 내 사이버 방어 인력은 줄어들고 있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를 인증하는 비영리단체 ISC2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사이버 방어 인력은 수요보다 11만명이 적었는데, 이러한 수요·공급 불균형은 전년 대비 두배 증가했다. 일본 정부는 2022년 사이버 방어 대응 역량을 서방 주요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국가안보 전략을 세우고 관련 전문 인력을 2027년까지 현재의 4배가 넘는 4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따라서 구글의 이번 도쿄 기지 개소는 일본 정부의 인재 육성에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아킨스 부사장은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안전하게 기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오랫동안 사이버 공격에 대응해 온 구글의 노하우를 일본이 잘 활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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