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트럼프 재선 대비 미국 로비 강화…지출액 전년비 13% 증가

트럼프와 가까운 '발라드 파트너스' 등 총 3곳 새 계약
닛케이 "로비 활동 강화하는 日 괴롭히는 건 엔화 약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폭스 뉴스 로라 잉그러햄이 진행하는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2024.2.21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일본 정부가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국 내 로비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이 21일 보도했다. 대선 이후 정책 동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이유로, 돌출 행동이 잦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 정치자금 조사단체 '오픈시크릿츠'에 따르면 일본 정부에서 미국 내 로비 활동 지출액은 2023년 4934만 달러(약 660억 원)로 전년 대비 13.4% 증가했다.

외국대리인등록법에 근거한 공개 정보에 따르면 주미 일본대사관은 로비 사안과 관련해 총 3곳과 신규 계약을 체결했는데, 구체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계가 가까운 미국 로비업체 '발라드 파트너스', 미 의회 흑인 의원 연맹과 친밀한 '더 그룹 D.C.',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들이 설립한 '웨스트 윙 라이터스'였다.

주미 일본대사관은 새로 계약한 3곳을 포함, 현재 총 20곳의 로비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발라드 파트너스 대표를 맡고 있는 브라이언 발라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30년 가까이 교류해 온 인물로, 미국 정치 전문 사이트 폴리티코는 2018년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강력한 로비스트"라고 그를 평가하기도 했다.

발라드 대표는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우선 주의자'로, 미국의 동맹국이자 친구라면 트럼프 만큼 좋은 친구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필요한 자금을 지불하지 않고 미국이 필요로 할 때 협력하지 않는다면 트럼프는 각국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들어 미국에서의 로비 활동에 관한 중요성을 더욱 인식했는데, 이는 2023년 12월 미국 철강 대기업 US스틸을 일본제철이 141억 달러(약 18조80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후 미국 의원들과 전미철강노동조합(USW) 등으로부터 큰 반발이 일고 있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US스틸의 일본 매각을 막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아울러 닛케이는 "로비 활동을 강화하는 일본을 괴롭히는 것은 엔화 약세"라며 "발라드 파트너스에 지불하는 비용은 월 2만5000 달러(약 3340만 원) 정도로, 일본대사관이 수십 년 동안 관계를 맺어온 다른 로비업체에는 월 1만5000 달러(약 2002만 원)가 조금 넘는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관련 요금이 가파르게 상승 중이라 로비스트들을 계속 고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