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올해 대만 침공보다 봉쇄 가능성…"美 개입 없이 1~3개월 버틸듯"

봉쇄로 통일은 어려워…침공 가능성 17~27% 수준
'대만해협 위기 2024년 발발'엔 전문가 과반 동의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이 13일 (현지시간) 타이베이 민진당사 밖에서 열린 선거 승리 집회에 러닝 메이트 샤오비킴과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24.1.1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의 민진당이 승리하며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 국면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이 2024년 대만 침공보다는 대만 봉쇄·격리에 나설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2일(현지시간) 공개한 양안관계 분야의 주요 미국 전문과 52명과 대만 전문가 35명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중국이 대만 봉쇄를 실행할 능력은 있지만, 강력한 침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 조사에서 CSIS는 '격리'는 중국의 비군사적 행위자에 의한 상업 경로 억제, '봉쇄'는 5년 내의 통일을 위해 군사력을 동원한 봉쇄라고 정의했다.

중국이 대만을 전면적으로 침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매우 그렇다와 다소 그렇다를 합한 응답)고 답한 미국 전문가는 27%, 대만 전문가는 17%에 불과했다.

반면 중국이 대만 격리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 미국 전문가는 91%, 대만 전문가는 63%에 달했다. 군사력을 동원한 대만 봉쇄를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본 미국 전문가는 81%, 대만 전문가는 60% 수준이었다.

앞서 중국은 지난달 21일 대만에서 수입한 약 12개 화학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를 철회했는데, 라이 당선인이 취임한다면 이러한 상업적 조처를 통한 격리가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해 11월28일부터 12월15일까지 양안관계와 관련한 미국 전문가 52명과 대만 전문가 35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중국이 대만 격리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 미국 전문가는 91%, 대만 전문가는 63%에 달했다.(CSIS 갈무리).

또 이들은 중국이 군사력을 이용해 대만 봉쇄에 나서더라도 통일을 위해서는 직접적인 침공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대만 봉쇄를 통한 압박으로 통일을 강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중국은 통일을 위해 침공이 필요하다'고 답한 미국 전문가는 44%, 대만 전문가는 37%인 반면 '압박만으로 통일을 강제할 수 있다'고 본 미국 전문가는 6%, 대만 전문가는 0%에 그쳤다.

대만은 중국이 봉쇄에 나설 경우 미국의 군사 개입 없이 1~3개월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응답이 30%대로 가장 많았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대만해협 위기가 2024년 발발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미국 전문가들의 68%는 2024년 대만해협 위기를 우려했고, 대만 전문가의 58%도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중국이 대만 총통 선거와 관련해 2024년 말까지 대만에 취할 수 있는 조처는 무엇으로 보느냐'는 질문에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봉쇄와 군사 훈련을 꼽았다.

해당 질문에 '봉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대만을 둘러싼 대규모 군사 훈련'이라고 답한 미국 전문가는 60%, 대만 전문가는 43%로 나타났다.

'고도로 강압적인 비군사적 조치'를 꼽은 미국 전문가는 31%, 대만 전문가도 49% 수준이었다.

다만 중국이 행동에 나설 시점을 두고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5월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의 취임 전 중국이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을 고조할 것이라고 본 미국 전문가는 19%, 대만 전문가는 34%였다.

중국이 라이 당선인의 취임 직후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하계 훈련 등으로 군사 압박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 미국 전문가는 31%, 대만 전문가는 14%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이 라이 당선인의 정책을 일단 지켜본 뒤 행동할 것이라고 본 미국 전문가는 42%, 대만 전문가는 43%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레호보스 비치에 있는 케이프 헨로펜 주립 공원에 도착해 전용 헬기를 내리고 있다. 2024.1.22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전문가들의 이 같은 판단은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의 판단과도 일치한다. 앞서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이 중국의 대만 봉쇄는 "엄청난 위험(monster risk)"이 될 것이라면서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극도로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엘리 래트너 미 국방부 인도 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해 9월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대만 침공은)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대만 봉쇄는 국제사회의 광범위하고 심층적인 대응을 유도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이를 피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동참모부 부사령관인 조지프 맥기 육군 소장도 "(대만 봉쇄가) 선택 사항이긴 하지만 군사적 옵션은 아닐 것"이라며 "실제로 봉쇄하는 것보다 봉쇄에 대해 떠들기는 더 쉽다"고 지적했다.

그간 중국의 대만 침공설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지난 2021년 필립 데이비슨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PLA에 2027년까지 대만을 합병할 준비를 갖추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2027년'이라는 시기를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미 중앙정보국(CIA)도 시 주석이 군에 2027년까지 대만을 침공할 수 있는 준비를 완료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크리스틴 거너스 미국 랜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봉쇄·격리 방식은 대만을 강압하는 저비용·저위험 수단"이라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대응 방법을 모색해야 하며, 이는 우리(미국)에게 확전 부담을 안겨준다"고 설명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