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치 쓰레기가 한꺼번에…노토지진 복구 막는 '재해 폐기물'
현 내에서만 80만6000톤가량 발생 추정…소각장도 지진 피해로 정지
수도 직하 지진 등 초대형 재난 상정해 내진 설계·광역 체계 갖춰야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지난 1일 규모 7.6의 지진이 강타한 일본 이시카와현(県) 노토반도에서 주택 붕괴 등으로 '재해 폐기물'이 대량 발생했다. 쓰나미 피해가 컸던 스즈시(市)에서는 64년 치 양에 상당하는 쓰레기가 시를 뒤덮어 복구 작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지진 발생으로부터 3주가 지난 22일, 이시카와현에서 붕괴하거나 일부가 파손된 주택은 3만 동이 넘는다. 무너진 주택 잔해나 기와, 쓸모없어진 가구, 전자 제품 등 대량의 쓰레기도 덩달아 쏟아졌다.
나고야대학 감재 연계 연구센터 소속 히라이야마 나가히사(平山修久) 준교수는 이번 지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택 피해에 동반한 재해 폐기물 양을 측정했다. 그 결과, 이시카와현 내에서는 80만6000톤의 재해 폐기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자체별로는 스즈시가 가장 많은 28만2000톤으로 지난 2021년도 발생량(4360톤)의 64배였다. 이 밖에 와지마시는 20만1000톤·노토정(町)은 11만9000톤·아나미즈정은 6만3000톤으로 제각각 기준 연도인 2021년의 17~22년 치에 이르는 양이다.
원칙적으로 이같은 재해 폐기물은 지자체가 국가와 연계해 처리하도록 돼 있다. 현이 지난 2016년 개정한 폐기물 처리 지침은 노토반도에서 규모 7의 지진이 발생한 경우 총 9만 톤은 잔해물이 나올 것으로 추계해 처리 절차를 정해두었다. 발생한 쓰레기가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큰 폭으로 웃돌 우려가 있는 것이다.
기존 예상을 뛰어넘는 막대한 재해 폐기물이 나온 배경에는 '낡은 목조 주택'이 있다. 목조 주택이 대거 붕괴하며 잔해의 양이 늘어난 것이다. 히라이야마 준교수는 "쓰나미와 액상화, 토사물 붕괴로 발생한 것을 포함하면 폐기물이 더 늘 것"이라고 걱정했다.
재건 및 복구 작업을 위해서는 폐기물들을 정리해야 하지만 문제는 관계 부처가 총량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성 담당자는 "폐기물 양이 밝혀지지 않아 충분히 넓은 가설(처리장)을 확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노토 소재 소각장 등도 지진 피해를 입어 폐기물 처리를 담당하는 시설 6개는 가동을 멈춘 상황. 주변 지역에 폐기물을 운반하기 시작했지만 도로 파손으로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
종합지구환경학 연구소 소속 아사리 미스즈 교수는 "인프라를 완전 복구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 해상 수송을 통해 다른 지역에 폐기물을 운반해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응 속도를 높이기 위해 환경성은 현장에 직원 30명을 급파해 가설 처리장 운영을 지원한다.
향후 초대형 지진이 발생했을 때를 위한 대비도 필요하다. 일본 정부 추계에 따르면 수도 직하 지진은 최대 약 1억 톤, 난카이 트로프 거대 지진은 3억 톤이 막대한 양의 폐기물을 발생시킬 수 있다. 정부는 향후 20년 내로 수도 직하 지진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환경성은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참고해 전국 8개 블록별 협력을 진행하고 있지만 더 광범위한 처리 체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사리 교수는 주택 내진설계 등 주택 붕괴를 줄이는 방식으로 폐기물 자체를 줄이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해 발생 전부터 피해 지역의 폐기물 처리를 지원할 지자체를 정해두는 등 정부가 주도해 광역 연계 대비를 서둘러야만 한다"고 했다.
realkw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