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쿨파] 홍콩 탄압 본 대만인들 반중 선택했다
-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13일 대만 총통 선거 결과,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사실상 당선됐다.
개표 초반이지만 라이 후보가 4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 2위인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33%)를 크게 따돌리자 국민당은 패배를 인정, 라이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대만에서 한 정당이 3번 연속 집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만은 원래 국민당 일당독재 국가였다. 국민당을 창당한 장제스가 종신 집권을 한 뒤 그의 아들 장징궈가 대를 이어 총통을 했었다.
당시에는 간접선거였다. 최초로 직선에 의해 당선된 후보가 국민당의 리덩후이 총통이었다. 리덩후이 이후 2000년에 천수이볜 민진당 후보가 당선돼 최초로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뤘다. 이후 국민당 마잉주, 민진당 차이잉원이 총통을 맡았었다.
장씨일가의 독재 이후 대만은 민진당과 국민당이 8년씩 나누어 집권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민진당이 선거에서 승리함에 따라 한 정당이 최초로 3번 연속 집권하게 됐다.
선거 전에는 차이잉원 정권이 중국과 관계를 벼랑 끝으로 몰고가 대중 관계가 나빠짐에 따라 경기가 냉각, 이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면서 선거가 박빙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개표 결과, 민진당이 3자 대결에도 40% 이상을 득표, 가볍게 승리했다.
이는 대만 독립에 대한 욕구가 높다는 의미다. 다시 말하면 대만인들은 같은 민족인 중국보다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을 선택한 것이다.
대만인들의 정서가 반중으로 돌아선 결정적 계기는 중국의 홍콩 탄압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은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회귀할 때 '일국양제'(1국가 2체제)를 약속, 향후 50년 동안 홍콩의 자치를 보장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홍콩에서 민주화 운동이 발생하자 이를 진압하고 홍콩에 꼭두각시 정부를 세웠다.
대만인들은 이 과정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일국양제가 새빨간 거짓말이란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민진당이 재집권에 성공함으로써 대만의 친미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친중적인 국민당이 승리했더라면 미국의 대중정책은 도전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친미적인 민진당이 계속 집권함에 따라 미국은 대만을 지렛대로 삼아 계속해서 중국을 효과적으로 포위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양안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 문제를 담당하는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총통 선거를 앞두고 민진당 정권 유지시 대만에 전쟁 위험이 고조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대만 위기의 고조는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미국은 중국이 대만에서 전쟁을 일으키면 미국의 초동 대응을 봉쇄하기 위해 한국 일본 괌 등 아시아 미군 기지를 먼저 공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만에서 전쟁이 발생한다면 한국도 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경제적으로도 대만에서 전쟁이 나면 당사국을 제외하고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나라가 한국이다.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대만을 무대로 미중전쟁이 발생하면 10조 달러(약 1경3150조원)의 전쟁 비용이 들 것이며, 나라별로는 대만 다음으로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구체적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4% 가까이 급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안 문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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