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법원, 반중 언론인 '공소시효 만료' 주장 기각…"선동엔 끝 없다"

빈과일보 발행인 라이, 22일 서규룡 법원서 공판
국가보안·선동법 위반 혐의 2건 모두 재판 확정

홍콩 반중 일간지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75)의 모습. 2021.02.21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정윤영 기자 = 홍콩 법원이 선동 혐의로 기소된 반중매체 빈과일보 발행인에 대해 공소시효 만료를 제기한 피고인 측 주장을 기각했다.

로이터 통신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서구룡 법원은 22일 오전 약식 공판에서 빈과일보 발행인 지미 라이(76)에 검찰이 적용한 선동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로 기소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해당 혐의를 기각해야 한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인 측 변호인 로버트 팡 변호사는 선동 혐의는 마지막 위반일(빈과일보 폐간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기소해야 하는데, 검찰은 시한을 나흘 넘긴 2021년 12월28일에야 그를 공식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동 범죄는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할 수 있어 사법적 보안 장치로 당국의 신속한 수사와 기소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 측은 2021년 12월14일에 당사자들에게 기소 의사를 서면 통보했다면서 공소시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날 서구룡 법원은 3명의 재판부 모두 검찰의 손을 들어주면서 "선동 혐의는 계속된 범죄이므로 기한을 계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라이는 선동 혐의와 더불어 2020년 7월 제정된 홍콩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외국 세력과의 공모' 등 2건의 혐의 모두 법원의 판결을 받게 됐다. 이날 재판부는 다음 심리는 내년 1월 2일로 연기했다. 앞으로 공판은 80일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의류 업체 지오다노를 런칭한 지미 라이는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 설립자다. 빈과일보는 2014년 홍콩 혁명 당시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대표적 매체가 됐지만 지난해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반중 매체 탄압 속에 결국 폐간됐다.

그는 신랄한 비평을 싣는 신문을 운영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불굴의 지지를 나타내 온 인물로 오랜 기간 중국 정부의 골칫거리로 여겨졌다. 라이는 이미 2019년 민주화 시위 중 행진을 조작하고 참여한 등 혐의 5건에 대해 모두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향후 50년간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유지하라며 1997년 홍콩을 중국에 반환한 영국은 라이 공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은 공판이 개시된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언론인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다며 1000일 넘게 구속 기소된 라이의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같은 날 미국 국무부도 성명을 통해 영국과 한목소리를 냈다.

홍콩 국가보안법은 홍콩 내 반(反)정부 활동을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은 외국 세력과의 결탁,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하는 기관을 수립하는 내용을 담았다. 선동죄는 영국 식민지 시절 만들어졌으며 최대 징역 2년에 처할 수 있다.

2021년 6월 홍콩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고 편집국장 등 5명이 체포당한 반중 신문인 빈과일보가 가판대에 진열되어 있다. 2021.6..1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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