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 신호 없이 끝난 中경제공작회의…투자자들 '실망'

지난해는 국내 수요 확대가 1순위였지만 올해는 산업 발전 강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자료 사진>2023.12.13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지난 11~12일 열린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나오지 않자 투자자들이 실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지도부는 내년 경제 기조를 밝히는 경제공작회의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기술 혁신을 통한 산업 발전을 강조하는 데 그치자 홍콩 상장 중국 기업 주가가 13일 하락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앙경제공작회의는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비롯해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7명 등 중국공산당 주요 지도부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 주석을 비롯한 고위 관리들은 "중국은 여전히 경제를 더욱 부흥시키기 위해 일부 어려움과 도전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 지도부는 회의에서 내년 경제정책 기조로 '안정 속에서 성장을 추구하고 성장으로 안정을 촉진하며 먼저 세우고 나중에 돌파한다'는 의미가 담긴 온중구진(穩中求進)·이진촉온(以進促穩)·선립후파(先立後破)를 유지하기로 했다. 온중구진은 지난 2년 동안도 회의에서 등장한 문구지만 이진촉온과 선립후파는 올해 처음 등장했다. 진보와 건립 등으로 기업 개발이 더욱 강조된 것이다.

또 지난해 회의에서 내세운 경제 1순위는 국내 수요 확대 주력이었고 2위는 현대화된 산업 시스템 구축 가속화였는데 이제 내년의 1순위는 현대화된 산업시스템이 됐다. 지도부가 첨단기술과 인공지능 개발에 더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이틀간의 회의는 중국의 위기 상황에서 열렸다. 수십 년 동안 핵심 동력이었던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시 주석은 경제를 지탱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내수 약화, 국내 부채 위험, 수출 부진으로 인해 올해 중국은 (팬데믹 이후) 경제 반등은 커녕 디플레이션에 빠졌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5일 중국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하기도 했다. 무디스는 중국이 지방 정부와 국영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재정 부양책을 사용하는 것이 국가 경제에 하방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보았다.

블룸버그는 내수 촉진 노력보다 기업이 더 높은 가치의 제품을 생산하도록 지원하는 것을 회의가 강조함으로써 단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크게 촉진할 것 같지 않다고 분석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중화권 및 북아시아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딩솽은 "대규모 경기부양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예년보다 “기술 자립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BNP파라바의 재클린 롱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회의 결과 발표가 원론적이었다며 "창의적인 것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이보다 훨씬 더 강력한 친성장 정책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롱 이코노미스트의 말처럼 투자자들의 실망을 반영한 듯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주식은 13일 오전 거래에서 1.1% 하락했다. 부양정책 없는 회의 여파는 특히 개발업체인 롱포그룹홀딩스, 중국해외발전(China Overseas Land & Investment Ltd.)의 주가도 최저로 끌어내렸다. 중국의 CSI300 지수 역시 0.8% 하락했다. 항셍지수는 오후 12시5분 기준 전거래일 대비 0.74% 하락한 1만6252.67을 기록했다.

지난해 중국은 약 5%라는 보수적인 올해 연간 성장(GDP) 목표를 세웠는데, 이제 초점은 시 주석이 2024년에 이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도구를 사용할 것인지로 옮겨가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가 논의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년에도 공식적인 국내총생산(GDP) 성장 목표가 5% 안팎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