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6년만에 베트남 국빈방문…'미국과 밀착' 견제

하노이와 중국 광시성 잇는 철도 노선 강화 등 보조금 지급 예상
베트남, 최근 일본과 밀착하는 등 전략적 움직임 강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모스콘 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첫 번째 정상회의 세션 비공식 대화에 참석하고 있다. 2023.11.17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베트남을 찾는다. 6년 만에 이뤄지는 그의 베트남 방문은 대미 견제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이 이번 방문을 통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파트너인 베트남이 미국에 너무 가까이 붙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려 한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베트남 하노이와 중국 남부 광시성을 연결하는 철도 노선 강화를 위한 보조금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성장동력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베트남 기업들에 호재라고 블룸버그는 부연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베트남을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공급망으로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월 베트남 방문 당시 베트남과의 관계를 최고 수준인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이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보 반 트엉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오는 13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APEC 정상회의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2일 (현지시간)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함께 하노이의 국빈 환영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시 주석이 베트남 방문 기간 동안 양국 관계의 격상 방안과 함께 정치적 안보와 실용적 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대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년간 중국 외교정책을 연구해 온 라이 량 푹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베트남이 다른 나라에 더 다가가지 않도록 압박하고 싶을 것"이라며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관계의 균형을 맞출 줄 아는 나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베트남 둘러싼 지정학적 지형이 변화했다

시 주석이 마지막으로 베트남을 찾은 건 지난 2017년이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동시에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그때와 지금의 지정학적·경제적 지형이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은 지금 미중 무역 갈등의 최대 수혜국 중 하나로 부상한 상태다. 여러 다국적 기업들이 공급망 안정을 위해 제조 시설과 투자처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기면서다.

미국뿐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들과도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은 일본 도쿄를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회담한 뒤 해양 분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한때 베트남 정부의 경제 고문으로 활동했떤 르당 도안은 "베트남은 안정과 발전을 유지하면서 독립적인 상태를 유지하려는 외교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중국해 문제, 베트남이 양보 받아내려 할 듯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베트남 인사들과 국방 및 해양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미 두 나라는 충돌한 이력이 있다. 베트남과 중국은 1979년 국경 문제로 전쟁을 치렀고, 1988년에는 남중국해의 존슨 산호초에서 해전을 벌였다. 당시 베트남 군함 2척이 침몰하고 베트남 병사 72명이 사망했다.

이후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세계 최대 수준의 해군 함대를 운용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베트남과 가까운 해역의 유전지대에서 거의 매일 순찰 활동을 벌였다. 베트남은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난사군도에서 중국이 베트남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하는 상황이다.

지난 9월에는 중국이 영유권 분쟁 지역인 파라셀 군도에 지상국을 설치하자 베트남이 "주권 침해 행위"라며 반발한 바 있다.

베트남은 △군사동맹 비참여 △특정 국가의 방어를 위한 외국과의 협력 거부 △특정 국가의 방어를 위한 외국군의 영토 사용이나 주둔 불허 △국제 관계에서 무력 사용과 위협의 금지 등 4불(不)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미국의 구애를 받는 입장인 만큼 중국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양보를 받아내고 싶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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