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활동가 아그네스 차우, 캐나다에 망명 요청

"개인 안전 및 건강 등 고려해 홍콩 돌아가지 않기로"

홍콩 민주화 운동가 아그네스 차우가 23일(현지시간) 불법 집회 등의 혐의로 홍콩의 웨스트 카우룽 법원에 도착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홍콩 민주화 운동가 아그네스 차우(27)가 캐나다로 떠나며 캐나다에 망명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차우는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난 9월 캐나다 유학길에 올랐다는 사실을 전했다.

차우는 당초 3개월 일정으로 캐나다에 머물다가 홍콩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홍콩 상황과 개인의 안전 및 신체적·정신적 건강 등을 고려한 끝에 홍콩에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차우는 "원래 국가보안법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12월 말까지 홍콩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며 아마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우가 공개적으로 발언을 한 것은 2021년 6월 석방된 이후 처음이다.

앞서 차우는 다른 활동가 조슈아 웡과 함께 지난 2019년 반정부 시위 기간 불법 집회 선동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차우와 웡은 지금은 영국으로 망명한 네이선 로와 함께 행정장관 직선제(보편적 투표권)를 요구한 2014년 '우산혁명' 시위 동안 전 세계 시선을 사로잡은 10대 활동가들이었다.

이후 2016년 3명은 홍콩 독립 성향의 '데모시스토' 정당을 세웠지만 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와 더불어 해체됐다.

차우는 투옥 직전인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도 체포됐지만, 기소되지는 않고 경찰에게 여권을 압수당하는 것으로 그쳤다.

이후 차우가 토론토에 있는 대학에서 입학 허가를 받자, 경찰은 차우가 중국 본토인 선전을 방문하는 조건으로 여권 반환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우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중국 본토 방문 중 매우 두려웠다"며 "조국의 위대한 발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경찰에 감사를 표하는 편지를 써 달라고 요구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차우는 자신의 석사 학위 프로그램에 대한 세부 정보를 공개하는 것 외에도 과거 정치적 활동을 반성하고 더는 이런 활동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회개 편지'를 쓸 것을 요구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차우는 "나는 더 이상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고 싶지 않고, 중국 본토에 억지로 가고 싶지도 않다"며 "이런 일이 계속되면 안전하더라도 몸과 마음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추가 체포 걱정도 없게 됐으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차우의 망명 요청 사실이 알려지자 홍콩 경찰은 성명을 통해 "법과 질서에 노골적으로 도전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평생 도망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선택하지 말 것을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