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대통령 "이스라엘은 테러국가…핵폭탄 보유 인정하라"

에르도안 대통령, 국회서 발언…"하마스, 선거로 선출된 정당" 두둔
"대량학살 예방조치 취하겠다"…ICC에 '전범' 제소 가능성 열어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지난달 1일(현지시간) 수도 앙카라 국회의사당에서 의회 개회 연설을 하는 모습. 2023.10.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한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1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사실상 '테러 국가'로 규정한 뒤 "핵폭탄 보유 사실을 인정하라"고 압박했다.

로이터·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수도 앙카라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여당 회의에 참석해 "이스라엘이 학살을 계속한다면 전 세계로부터 비난받는 테러 국가로 인식된다"고 발언했다.

이어 에르도안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을 총리를 향해 "당신은 원자폭탄과 핵폭탄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를 보유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며 이로 인해 결국 총리직을 그만두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비공식 핵보유국으로 여겨져 왔지만 핵 보유 여부에 대해선 외교적으로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NCND)' 모호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5일 이스라엘 극우 성향의 미차이 엘리야후 예루살렘 및 유산 담당 장관이 가자지구를 '핵 공격' 선택지로 거론한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하마스를 적극 두둔했다. 그는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라면서 "하마스가 일부 불편을 야기할 수는 있지만 조국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투쟁 전사들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량 학살을 막기 위해 국제 무대에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5일에도 이스라엘을 가자지구에서 인권 침해와 전쟁 범죄 일으킨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선 1400명이 숨지고 240명이 가자지구에 인질로 끌려갔다. 즉각 군사 보복에 나선 이스라엘군은 연일 가자지구 내 하마스 시설에 표적 공습을 벌인 데 이어 지난달 28일부로 가자 북부에 지상 병력을 본격 투입했다. 이날 오전에는 하마스의 지휘본부로 쓰이는 것으로 의심되는 가자시티의 알 시파 병원을 급습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40일 가까이 이어지면서 팔레스타인 인명피해는 속출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날 이번 전쟁으로 인한 가자 전역의 누적 사망자수가 1만1320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 4650명, 여성 3145명이 포함됐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