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러 2100km 날아갔는데…산 사람은 단 한명도 없어

하얼빈, 난징서 대규모 부동산 판촉 행사

18일(현지시간) 중국 톈진에서 스쿠터를 탄 시민 한명이 부동산 개발업체 '컨트리 가든'이 건설하는 주거 단지 개발구역을 지나고 있다. 2023.09.18/ ⓒ 로이터=뉴스1 ⓒ News1 장성희 기자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주요 부동산 개발 업체들이 부동산을 팔기 위해 무려 2100km를 이동해 대규모 판촉 활동에 나섰으나 성과 없이 '빈손'으로 돌아갔다고 시사주간지 중국신문주간이 4일 보도했다. 차갑게 식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유명 부동산 개발업체인 뤼청, 완커를 비롯해 빈장, 후이룽, 쿤룬 등 헤이룽장성 소재 부동산 회사 13곳은 지난달 9일부터 3일간 난징에서 부동산 판촉 행사를 개최했다. 헤이룽장 하얼빈에서 장쑤성 난징까지의 거리는 무려 2100km에 달한다.

이들은 총 21개의 부동산 프로젝트와 5000채에 달하는 아파트를 판매하기 위해 판촉 활동을 진행했으며 여름철 하얼빈 날씨가 비교적 낮은 것을 강조하기 위해 '여름엔 하얼빈에 거주한다' 등의 슬로건으로 구매자들의 환심 사기에 나섰다. 하얼빈이 타지에서 부동산 판촉 행사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하얼빈시 주택건설국과 부동산연합상공회는 하얼빈 부동산 프로젝트 홍보의 중요성을 인지해 타지 판촉 행사 기획을 시작했고 비슷한 시기 헤이룽장성 주택건설부 등 관계 부처는 성 이외 지역에서의 부동산 판촉 플랫폼 구축 목표를 제시해 부동산 판매 의지를 보였다.

이같은 계획은 하얼빈 부동산 시장 위기에서 시작했다. 지난 2017년 하얼빈 부동산 시장이 사실상 '정점'을 나타낸 이후 2019년까지 높은 거래량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하얼빈에 건설된 상업 부동산 거래량은 정점 대비 7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얼빈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재고가 쌓이는 것은 물론이고 하얼빈 상주 인구가 지속 감소하고 있는것도 부동산 위기론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다.

행사가 개최된 난징은 충칭, 우한, 항저우와 함께 '4대 화로' 도시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항저우와 난징 부동산 가격은 하얼빈의 3배 수준이라 하얼빈 부동산의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행사 참가 업체들 가운데는 최대 50만위안의 가격 인하해준다거나 왕복 항공권 제공, 대출 이자 할인, 가전제품 선물 등을 약속했으나 반응은 냉담했다. 실제 이 기간 부동산 구매와 관련된 문의는 거의 없었고 거래량은 '0'을 기록했다.

하얼빈 내에는 휴양을 위한 관광지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기 때문에 난징 등 남부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에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고 수요 예측에 실패한 것이 나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펑젠강 부동산연합상공회 하얼빈 지부장 겸 빈장부동산 대표는 "난징 시민들은 하얼빈의 집값이 싸다고 생각하면서도 구매 의지를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