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고부터 '오염수 해양 방류'까지 日정부의 12년

2011년 동일본대지진 쓰나미로 발생한 '멜트 다운'이 기단
"수십 년이 걸려도 책임진다"는 日정부, 24일부터 방류 개시

일본 도쿄의 총리실 건물 박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에서 한 일본 시민이 "오염수를 방류하지 말라, 약속을 지켜라"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있다.2023.08.18. ⓒ AFP=뉴스1 ⓒ News1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일본 정부가 오는 24일부터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 방출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방사능 오염수는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함께 발생한 쓰나미의 여파로 발생했다. 원전 내부 냉각 기능이 마비되며 핵분열 연쇄 반응이 이뤄지는 '노심'이 녹아내리는 '멜트 다운(Melt Down·노심 용해)'이 발생한 것이다.

노심에서 흘러나온 핵물질은 '데브리'라고 불리는 덩어리로 뭉쳐 지금도 하루에 100톤가량의 오염수를 생성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이렇게 발생한 오염수를 세슘 흡착장치 및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등을 사용해 수중 방사성 물질 농도를 1리터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희석한 다음 탱크에 담아 '처리수'라고 부른다. 처리수 속 삼중수소는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일본이 처리수라고 주장하는 이 오염수 탱크는 1000통 이상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저장 가능 용량의 98% 수준이다. 100% 포화 상태에 도달하는 시점은 내년 2~6월 사이로 예상되지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24일부터 지난 6월 완공된 해저터널을 통해 바다로 내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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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2013년 논의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해양 방류만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었다. 앞서 2018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 그룹은 11월 일본 정부 측에 △지층주입 △해양방출 △수증기방출 △전기분해 △수소방출 △지하매설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후 2020년 4월 IAEA는 일본 정부 보고서에 대한 검토 결과를 발표하면서 해양방출과 대기방출 방안이 가장 실현 가능한 옵션이라고 기술했다.

이듬해인 2021년, 일본 정부는 해양 방출이 대기 방출보다 희석하거나 확산하는 상황을 예측하기가 쉽고 감시 체제를 구축하기 쉽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를 선택했다.

정부의 방침이 확정된 이후 절차는 신속히 진행됐다. 도쿄전력은 2023년을 목표로 해양 방류를 준비하라는 지시하에 해저 터널 등 설비 마련에 나섰다.

다만 일각에선 해양방출 방안이 현실적으로 가장 비용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이 방안을 선택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정부는 오염수를 놓고 수증기화 시켜 대기 중에 방출하는 '수증기 방출'을 검토해달라고 지난 7월 일본 정부에 직접 요구했고 일본 정부는 이에 "수용 불가능"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4일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을 평가한 보고서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 건네고 있다. 2023.07.04/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수용 불가능"하다는 일본 정부 입장의 근거는 같은 7월, IAEA가 공표한 최종 보고서다. IAEA는 "일본 정부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하면서도 "보고서 사용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전제를 달았다.

일본 정부는 이후 국제 무대에서 IAEA 보고서를 과학적 근거로 삼아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홍보했다.

하지만 좀처럼 어민 단체와 현지 주민들의 반대가 잦아들지 않자 7~8월에 걸쳐 관계 부처 각료와 기시다 총리가 직접 현지 시찰에 나서며 설득에 나섰다.

기시다 총리는 각의 결정 발표 바로 하루 전인 21일 전국어업협동조합 연합회(전어련)의 사카모토 마사노부 회장을 만났다. 그는 "필요한 예산 조치와 관련해 설사 향후 (오염수 방류가) 수십 년간 장기에 걸치더라도 정부 전체가 책임지고 대응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끝내 동의는 얻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5년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에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오염수에 대해) 어떤 처분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기존 약속을 또 다른 약속으로 덮는 꼴이 됐다. 아사히신문은 이 같은 상황을 '개문 발차(見切り発車)'라고 표현했다.

22일 전어련은 성명을 통해 "어민·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한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입장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면서도 "수십 년이 걸리더라도 어민에게 다가가 필요한 대책을 취하겠다는 기시다 총리의 약속을 확실히 이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22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오전에 열린 관계 각료회의에서 기상·해상 조건 등에 지장이 없다면 오는 24일부터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 쌓인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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