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8월 말 개시가 유력한 이유[딥포커스]
지지통신 "국내 비판 직면한 尹대통령 배려 목적"
귀국 이후에도 어민 만나야…이후 지방선거와 외교일정 줄줄이
- 강민경 기자, 김예슬 기자,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김예슬 권진영 기자 =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가 8월 하순부터 시작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 지지통신 등 일본 매체들은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이르면 이달 하순에 방류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7일 보도했다.
아사히는 소식통을 인용, 기시다 총리가 오는 18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귀국해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등이 참석하는 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지지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오염수의 안전성을 설명하려 한다면서 윤석열 대통령과도 개별적 회담이 잡혀 있는 점을 짚었다.
이 매체는 "윤 대통령은 (오염수) 방류에 일정한 이해를 보이지만 한국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뿌리깊은 비판이 있다"며 "정식 결정을 (기시다) 총리의 귀국 후로 미룬 건 윤 대통령의 입장을 배려하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미일 정상회의 후 관계 장관회의에서 방류 시기가 결정되더라도 실제 해양 방류가 실시되려면 일주일 이상이 필요하다는 게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준비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풍평 피해(소문 피해)를 우려해 방류를 반대하는 전국 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 관계자들을 만나는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스스로가 지난 2015년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어떠한 처분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어민들을 직접 설득하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어민들의 현지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저인망 어선의 활동이 시작되는 9월 초로 방류 시기가 늦춰지는 것을 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저인망 어업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해저를 가로질러 무거운 저층끌그물을 사용하는 낚시 방식이다.
후쿠시마의 한 어민도 지난달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9월은 연안 저인망 어업이 시작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방류했다간 모두 분노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노 다케히로 니혼테레비 해설위원도 당시 "관련 지역 어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8월 말 방류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와테·미야기·후쿠시마현 선거와 중의원 해산 시기 등 정치일정 복잡
오염수 방류 시기를 두고 여러 시나리오가 나왔지만, 후쿠시마를 둘러싼 일본의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8월 말이 가장 유력하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었다.
8월 중순부터 가을까지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이와테·미야기·후쿠시마현에서 지방선거가 잇달아 열린다. 이와테현 지사 선거는 8월 17일(개표는 9월3일)이며 10월과 11월에는 미야기·후쿠시마현 의회 선거가 각각 실시된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달 기시다 총리 측근을 인용해 "지방선거 도중이나 직전에 방류하는 일은 피하고 싶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인 8월 말이 유력하다고 전망되는 이유다.
여기에 기시다 총리는 올가을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에 돌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50%대까지 올라갔던 내각 지지율이 8월 들어 30%대(JNN 기준 37.1%)까지 주저앉은 만큼 중의원 해산 직전에 오염수 방류로 민심을 잃는 일은 피하려 할 것이란 분석이다.
일본의 해수욕 철이 통상 8월 말까지 지속되는 것도 고려사항이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 지난해 3년 만에 해수욕장을 개설했을 때 방문한 관광객은 약 9만2000명으로, 동일본대지진 이전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지만 점차 사람들이 돌아오는 추세다.
특히 후쿠시마현은 오는 8월20일에는 13년 만에 서핑 대회도 다시 연다. 이 전에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다면 후쿠시마 현민들로서는 "이제 막" 일상을 회복하려는 차에 또다시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라는 2차 재해를 당하는 셈이 된다.
연이은 외교 일정을 앞두고 기시다 총리가 8월 말을 오염수 방류 적기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의 9월 해외 일정은 상당히 빡빡하다. 9월 4일부터 7일까지는 인도네시아에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가 개최되고, 같은달 9일부터 10일까지 인도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9월 말에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총회가 소집된다.
9월 말 이후에는 임시국회가 소집되는데, 중의원 해산이 임시국회 초반에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마이넘버카드 등의 문제로 지지율이 저조한 편이기 때문에 기시다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단행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오염수 방류에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중국을 설득하는 문제도 남아있다. 집권 자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이달 28~30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다고 발표한 상태다. 아사히신문은 그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직접 만나 오염수 방류 계획을 설명할 기회가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올여름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수중 트라이튬(삼중수소) 농도를 국가 기준치의 40분의 1(1리터당 1500베크렐㏃ 미만) 수준까지 떨어뜨린 다음 해저터널로 원전 앞 1㎞ 해역에 흘려보낼 계획이라고 예고해 왔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일본은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해 7일 당국자들이 참석하는 화상 실무회의를 개최하는 방향으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이는 지난달 25일 일본에서 열린 한일 국장급 회의의 후속 회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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