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이코노미스트 "한중일, 보수적 정책에 출산 문제 악화"
최신호 커버 '가족과 자유: 동아시아 사회혁명이 필요한 이유'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정부들은 새로운 가족관을 받아들이고 사회 변화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이코노미스트가 조언했다. 특히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를 페미니즘 탓으로 돌리며 전 정권의 한부모와 비혼부부에 대한 혜택을 중단시켰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비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8일자 최신호에서 '가족과 자유: 동아시아에 사회 혁명이 필요한 이유'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내고 한국, 일본, 중국, 대만에서 거스를 수 없는 중대한 사회변화를 정부가 관리할 것을 촉구했다.
동아시아 지도자들이 한때 옹호했던 이른바 '아시아적 가치'로 여겨지는 보수적인 가정생활에 대한 믿음이 한국, 중국, 일본, 대만에서 무너지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했다. 바로 결혼을 통해 가족을 구성하는 가치관이다.
일본에서는 유자녀부부와 독신자 비중이 1980년 42%, 20%였지만 40년이 지난 2020년 그 비중은 25%, 38%로 역전됐다. 그리고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며 동아시아의 혼인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많은 동아시아인들이 결혼을 점점 더 시대착오적 선택이자 감당할 수 없는 사치처럼 여기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했다.
동아시아 전역에서 결혼은 아직도 유교적 관점에서 지배적인 남성과 복종적인 여성의 결합으로 널리 이해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또 높은 부동산 가격도 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리는 것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목했다.
하지만 동아시아에서 이제 결혼 이외에 동거, 동성간 파트너십 등 대안적 가정형태가 늘어났고 더 많은 중산층 여성은 경력을 쌓기 위해 결혼을 미루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특히 동아시아 여성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지만 여성역량이 강해지기는커녕 악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주목했다. 일례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큰 국가에 속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동아시아의 거대한 사회 변화에서 두 가지 큰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하나는 혼외출산에 대한 엄격한 금기로 인해 출산율이 급락하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동아시아의 정부들이 이러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 정책과 관련해 인구 감소를 막을 거의 유일한 정책인 이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국가는 없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또 동아시아 정부들은 대부분 세금감면과 보조금 등 경제적 혜택으로 혼인율을 높이려고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국민들이 반대하는 보수적인 접근 방식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비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윤 대통령에 대해 "저출산 문제를 페미니즘 탓으로 돌렸다"고 표현하면서 이전 정부가 한부모와 비혼부부에게 확대하려던 혜택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유교 부흥을 약속하고 동성애 인권 운동가들을 체포했고, 일본의 집권 자민당도 동성 커플의 결혼 허용을 거부하는 등 결혼 개혁에 반대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언급했다.
하지만 동아시아인들은 이제 보수적 가족관을 거부하며 변화를 원한다. 그리고 정부들이 이러한 중대한 사회변화를 관리하고 가족 생활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육아휴직을 일상화하고 성별 불균형, 비용 문제를 해결할 것을 이코노미스트는 촉구했다.
또 이성애 결혼을 넘어 동성애, 동거, 기타 비전통적 결혼에 대한 법적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며 특히 자녀 양육과 관련해 결혼한 부부가 누리는 지원을 다른 형태의 가족에도 동등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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