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모토 류이치, 마지막에 이우환 그림 보며 떠났다

그의 죽기 전 담은 책 '나는 앞으로 몇번, 보름달을 볼 것이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마지막 앨범 '12' 표지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지난 3월에 71세로 사망한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의 마지막 나날을 기록한 내용이 책으로 출간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9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사카모토는 죽기 직전까지 PC나 스마트폰 등에 일기를 써 남기고 있었다. 21일 간행되는 사카모토씨의 저서 '나는 앞으로 몇번, 보름달을 볼 것이다'(신초샤)에서는 그의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나 음악에의 생각을 담은 일기의 일부와 함께, 병원에서의 마지막 날들이 소개되고 있다.

사카모토는 2021년 5월12일 일기에서 “한때는 사람이 태어나면 주변 사람은 웃고, 사람이 죽으면 주변 사람은 울었다. 미래에는 점점 생명과 존재가 가벼워질 것이다. 생명은 점점 조작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런 세상을 보지 않고 죽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고 썼다.

사카모토는 앞서 같은 해 1월 직장암 수술을 받았는데, 간 등에도 전이돼 수술은 20시간에 달했다. 그러고도 2년 동안 6차례 수술을 거듭했는데 그는 음악에 마음을 빼앗기는 순간에만 병을 잊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번 책은 사카모토의 지난 십수년을 듣고 쓰는 형태로 정리한 문예지 '신초'의 연재를 바탕으로 했다. 글 속 듣는 사람을 맡은 사람은 편집자·저널리스트인 스즈키 마사후미(74)인데 그는 "(이 연재가) 사카모토씨가 머지않아 찾아오는 이 지상에서의 죽음을 예상하고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사카모토 류이치가 지난 2008년 6월 18일 스페인 히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카모토는 3월 28일 직장암으로 투병 끝에 향년 71세로 별세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사카모토 사후 유족들은 일기의 일부도 그에게 전달해, 이 책 뒷부분에는 그의 일기도 들어갔다. 또 유족들이 사카모토의 마지막 나날이 어땠는지도 증언해 담았는데 스즈키는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매우 의지적이었다"고 전했다.

사카모토의 사망일은 3월28일이다. 그는 3월19일에 자택에서 식사를 하고 취침 후, 한밤중에 기흉으로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었다. 폐 상태가 여전히 좋지 않았는데, 완화 케어로 옮긴 것은 25일이다. 이때 사카모토는 의사와 악수하고 감사를 표시하며 "이제 여기까지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이후 미리 정했던, 장례식에서 내보낼 곡목을 다시 골랐고, 중국 전시회 회의를 온라인으로 소화했고,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동북청소년오케스트라의 공연도 병상에서 지켜봤다. 침대 정면에 1월 발표 앨범 '12'의 재킷용으로 한국 현대미술가 이우환 씨가 그려놓은 그림을 장식하게 한 것은 3월27일. 그리고 28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