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로 12년 신뢰회복 물거품"…日후쿠시마 어민들 '분통'

日정부, 여름 오염수 바다 방류 방침 밝히자 현지 어민들 우려
어업계, 방사성 검사 등 소비자 신뢰 회복 위해 10년 넘게 노력

8일 일본 후쿠시마현 제1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한 오염수가 담긴 탱크가 줄지어 서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일본 당국이 이번 여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방침을 밝히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현지 어민들과 어업계 역시 소비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면서 거듭 우려를 표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보도에 따르면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로 일본 현지 어업계는 큰 타격을 받았고, 이후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어민들은 일본산 어패류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가 발표한 오염수 바다 방류 방침으로 인해 어민들이 쌓아온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일본산 어패류에 대한 국제 소비자들의 신뢰를 더욱 하락시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것.

어선을 타고 물고기를 가득 잡아 일본 오나하마항에 도착한 어부 시가 긴자부로(77)는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잡은 생선은 바로 시장으로 보내지 않고, 방사성 물질 검출 검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이는 2011년 대지진과 쓰나미가 할퀸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로 인해 국제 사회의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이곳에서 잡은 어패류들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 회복을 위한 필수 과정으로 이처럼 방사성 물질 검출 검사를 하게 됐다고 한다.

◇ 원전 폭발 사고 후 어획량 '뚝' 감소…"피 끓어오른다" 분노

이번 여름으로 예정된 오염수 방류 시기가 점점 다가오면서, 후쿠시마 어민들은 방류 방침 자체가 그동안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열심히 싸워온 어민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어업계를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2011년 폭발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 해의 후쿠시마 연안의 어획량 규모는 약 6900만 달러에 달했다. 이후 사고로 2018년까지 어획량은 1700만 달러 이상으로까지 감소했다. 지난해엔 2600만 달러로 다소 회복되긴 했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 오염수가 방류되면 이마저도 또다시 뚝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시가는 "정부가 처리수(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을 알지만, 우리 어민들에겐 동의도 없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처럼 느껴진다“며 ”피가 끓어오른다“고 분노를 표했다.

시가는 ”일본 정부가 지금 후쿠시마 앞바다에 물(오염수)을 방류하면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모든 일과 현재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재차 우려를 표했다.

일본 후쿠시마현(県) 오쿠마 소재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전경. 원전 너머로 파란색 처리수 저장 탱크가 보인다. 2021.02.13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 "어민들 동의도 없이 방류 방침" 日 어업계는 '울상'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가 닥친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선 전체 원자로 6기 가운데 정상 가동 중이던 1~3호기에서 냉각장치 고장으로 노심용융이 일어나 1, 3, 4호기 등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이들 원자로에는 폭발사고로 녹아내린 뒤 굳은 연료가 그대로 남아 있으며, 고열의 연료를 식히기 위해 계속 냉각수를 붓고 있다.

연료와 접촉한 냉각수와 원자로 건물 등을 타고내린 빗물·지하수 등이 섞이면서 세슘, 스트론튬, 코발트, 트리튬 등 인체에 치명적인 주요 핵종을 포함한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발생하게 된다.

철제 저장탱크를 만들어 오염수를 보관해왔던 일본 당국은 이번 여름 이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밝혀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현지 어업계 역시 거듭 우려를 표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 역시 오염수 방류로 인해 후쿠시마산뿐 아니라 일본산 어패류에 대한 신뢰는 더욱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츠키 다카하시 일본 호세이대 인류학자는 ”우리가 앞장서서 소비자들에게 (일본 어패류가) 안전하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폭발사고 이전에 후쿠시마산 생선을 구입했던 사람들이, 이젠 원산지를 알고도 다시 후쿠시마산 생선을 구입할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rea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