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꽉 차, 미열 나도 당직 서"…중국 코로나 폭증에 의료진 압도
중국 사립병원 외국인 의사 "30년간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다"
숫자 감추기에 급급한 중국에 비판 봇물 "의학이 아니라 정치다"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의사 생활 30년 동안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다"
중국 베이징에서 일하는 의사 하워드 번스타인은 로이터통신과의 26일자 인터뷰에서 코로나19 감염 폭증 사실을 알리며 이같이 말했다.
번스타인은 점점 더 많은 환자들이 병원에 실려오고 있으며, 대부분이 노인이고 코로나19와 폐렴 증세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것이 전국적인 감염 물결로 이어졌고, 중국 전역의 의료진도 이와 유사한 증언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 중국은 3년 전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발한 이후 가장 규모의 큰 감염에 직면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베이징의 화장장들은 밀려드는 시신을 감당하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번스타인은 사립 병원인 베이징연합가정병원에서 일한다. 그는 교대근무 후 로이터 인터뷰에서 "병원이 위에서 아래로 압박을 받고 있다"며 "중환자실은 꽉 찼고 응급실과 발열클리닉, 기타 병동도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병원에 실려 온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입원했다고 한다. 번스타인은 "하루이틀 사이에 병세가 나아지지 않아서 병실에 자리가 빠지지 않는다. 응급실에 계속 사람이 와도 위층 병실로 올려보낼 수가 없다. 결국 며칠간 응급실에 갇혀 있는 환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가장 큰 도전은, 우리가 이런 상황에 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베이징에 있는 사립 래플스 병원의 최고의료책임자인 소니아 주타르부로는 환자의 수가 평소 때의 5~6배에 달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평균 연령이 일주일 사이에 70세 이상이 됐다고 말했다.
주타르부로는 "환자들의 이력은 항상 비슷하다"며 "대부분이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내 국공립 병원들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사립 병원에까지 환자들이 몰리고 있고, 환자들은 팍스로비드 같은 코로나19 치료제를 사길 원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주타르부로는 "환자들은 백신의 대체품 같은 약을 원하지만, (팍스로비드 같은) 치료제가 백신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의료진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약물을 처방한다고 밝혔다.
환자들을 치료해야 할 의료진의 계속되는 감염 또한 의료 체계에 악순환을 낳고 있다.
서부 시안에서 일하는 간호사 왕씨는 자신의 부서와 응급실에서 일하는 51명의 간호사 중 무려 45명이 최근 몇 주간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전했다.
왕씨는 로이터에 "동료들 중에 많은 이들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의사들도 대부분 코로나19에 걸렸다. 다른 병원 간호사들은 양성 반응이 나와 미열이 나더라도 당직을 서라는 지시를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충분한 지원 없이 16시간 이상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은 감염자와 사망자 수 집계를 제대로 하지 않아 실제 숫자를 축소하고 은폐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25일까지 6일간 본토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중국 당국은 이달 7일부터 정기적 PCR(유전자증폭) 전수검사를 중단했고, 14일부터 무증상 감염자 통계를 발표하지 않았다. 또 코로나19 사망자도 감염 후 폐렴이나 호흡부전으로 숨진 경우만 집계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의 폭을 줄이려는 의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타르부로는 "그건 의학이 아니라 정치다"라며 "만약 환자들이 코로나19로 죽어가고 있다면 그것은 코로나19 때문이다. 이제 사망률은 의학이 아닌 정치적인 수치가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위건위가 내부 회의에서 하루 신규 감염자가 3700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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