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쿨파]코로나 시위 제2의 천안문일까, 찻잔 속 태풍일까?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정부의 고강도 제로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항의하고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이 “봉쇄 해제하라” “시진핑 물러나라” 는 구호를 외치며 밤샘 시위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반(反)‘제로 코로나’ 시위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제2의 천안문 사건이 될 것인지, 찻찬 속 태풍에 그칠 것인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번 시위는 지난 24일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성도 우루무치의 한 고층 아파트 화재가 도화선이 됐다. 우루무치의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나 10명 숨지고, 9명 다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화재 현장 - 웨이보 갈무리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은 당국이 주민들의 외출을 금지함에 따라 아파트 주차장에 차가 만차인 데다 출입구에 바리케이드 등 철 구조물이 설치돼 있어 이를 제거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초동 진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후 우루무치에서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가 시작됐고, 베이징, 상하이, 난징, 우한, 광저우 등 중국 전역에서 이에 동조하는 시위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5일 신장 위구르자치구 성도인 우루무치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반 제로 코로나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우루무치 사고를 계기로 지난 3년간 제로 코로나에 억눌렸던 민심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우루무치 사태 이외에 월드컵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월드컵은 '마스크 프리' 월드컵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관중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응원하고 있다.

27일 카타르 알 라이얀 소재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코스타리카 경기를 지켜보는 일본 축구팬. 마스크를 쓴 사람이 거의 없다. 2022.11.27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제로 코로나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인들은 SNS를 통해 "우리는 카타르와 다른 행성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 등의 말을 하며 자괴감을 토로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맞물리며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 시위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 시위는 제2의 천안문 사건이 될까? 아니면 찻잔 속 돌풍에 그칠까?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중국인들이 불합리한 코로나19 조치에 인내심을 잃어 일시에 분노를 표출했다"며 "시위가 조직화돼 있지 않아 정부를 전복할 정도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규제를 완화하려는 정부가 방역 정책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면 시위대는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시위가 더욱 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일단 시위가 일부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에서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그만큼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방증이다.

이뿐 아니라 시민들이 SNS라는 최신무기를 장착하고 있다. 물론 중국 당국은 SNS 통제한다. 그러나 14억 인구가 동시에 반정부 게시물을 올린다면 당국이 손을 쓰는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또 가상사설망(VPN)으로 우회해 외국 SNS에 접속하는 방법도 있다.

여기에 시진핑 주석이 종신 집권을 추구하면서 이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누적된 상태다. 시위 초기부터 "시진핑 하야" "공산당 퇴진"이라는 구호가 등장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이번 시위는 △소규모지만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 △ 시민들이 조직화는 되지는 않았지만 SNS라는 무기를 갖고 있는 점, △ 시 주석의 장기집권에 대한 염증이 싹트고 있는 점 등으로 제2의 천안문 사건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예상치 못한 엉뚱한 사건이 도화선이 돼 인류사가 바뀐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실 1989년 6·4 천안문 사건도 중국 공산당 개혁파의 거두 후야오방에 대한 공과를 재평가해달라는 요구에서 출발했다. 그런 요구가 갑자기 전면적인 민주화 시위로 발전했다.

앞으로 중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단할 수 없는 것이다. 중국의 코로나 시위 상황을 성심을 다해 생중계할 것을 약속드린다.

sino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