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내릴 거면 빨리 뛰어내려" 투신 부추긴 구경꾼들

백화점 8층 난간에 걸터 앉은 이모씨 - 빈과일보 갈무리
경찰의 손을 뿌리치고 투신하는 이모씨 - SCMP 갈무리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중국 공안(경찰)이 투신자살을 하려는 소녀에게 빨리 뛰어내릴 것을 재촉한 2명을 구속하고 다른 6명도 수사선상에 올리고 신병확보에 나섰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7일 보도했다.

19세의 한 소녀가 백화점 8층 난간에 앉아 자살을 시도하자 주위에 있던 구경꾼들이 이를 말리기는커녕 빨리 뛰어내리라고 재촉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중국 공안이 본격 수사에 나선 것.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중국 간쑤성 칭양시에 사는 19살의 이모양은 지난 20일 오후 시내 번화가에 있는 한 백화점 8층 난간에 올라가 자살을 시도했다.

이 양은 고등학생 3학년이었던 지난해 담임교사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한 이후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더욱이 담임교사의 범행이 성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기소하지 않겠다는 검찰 판단에 이양은 두 차례 자살을 기도하기까지 했다.

이날 이 양이 백화점 8층 난간에 올라가자 소방대원들이 긴급 출동, 설득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백화점 아래에서 그의 자살 기도를 지켜보던 시민들의 반응은 달랐다. "뛰어 내리려면 빨리 뛰어내려라"라고 외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부 시민은 소셜미디어에 "더워 죽겠는데 빨리 뛰어내려라. 도대체 뛰어내릴 거냐 말 거냐" 등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어떤 이는 “1시부터 저기에 있더니 6시인데도 아직 뛰어내리지 않고 있다”며 “허세녀”라고 공격했다.

이양은 이에 충격을 받은 듯 이날 오후 7시께 그를 붙잡고 있던 소방대원의 손을 뿌리치고 뛰어내렸다. 마지막 말은 "고마워요. 가야겠어요."였다.

이 양이 뛰어내리자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더 많은 사람이 박수를 보내고 환호성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과정은 구경꾼들의 휴대전화로 촬영돼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방관자들의 냉담함이 그녀를 절망하게 만들었다" 등의 글을 올리며 개탄했다.

온라인상에서 방관자들에 대한 개탄이 이어지자 중국 경찰이 직접 나섰다. 칭양시 경찰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에서 소녀의 투신을 부추긴 2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6명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에서는 길거리에서 사고를 당하는 사람을 돕지 않고 바라보기만 하는 ‘웨이관(圍觀) 문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웨이관이라는 단어의 뜻은 둘러싸고 구경만 한다는 의미다.

sino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