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드, 보좌진 연설 준비하는 사이 도주…"믿을 수 없는 배신"

NYT, 8일 아사드 도주 행적 담긴 기밀 보고서 입수
연설 녹화 준비한 직원들, 아사드 기다렸지만 나타나지 않아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지난 7월 24일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알 아사드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정권이 붕괴된 뒤 러시아 모스크바로 망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4.07.2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시리아 반군의 공세에 최근 정권 종말을 맞이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전 대통령이 도주 당일 보좌진이 연설을 준비하는 사이 홀로 도망갔다는 증언이 나왔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기밀 보고서를 인용하며 아사드 전 대통령의 도주 당일 행적을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 대통령궁 보좌진은 지난 7일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로 진격하자 내전을 종식시키길 바란다는 내용의 대통령 연설을 준비했다.

내부 관계자는 "대통령궁에는 아사드가 나타나 군대를 지지하고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때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보좌진들은 연설 아이디어를 논의했고, 촬영 관계자들은 대통령궁에서 카메라와 조명을 설치했다. 이날 대통령궁은 정치적 반대파와 권력을 공유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관계자들은 이날 몇 시간 동안 대통령궁에 남아 아사드를 기다렸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촬영은 설명도 없이 계속 미뤄졌고, 해 질 녘이 되자 직원들은 아사드가 어디에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자정이 지나자 아사드가 사라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곧 반란군이 쳐들어올 것을 예상한 직원들은 대통령궁을 열어둔 채 도망쳤다. 이들은 아사드의 도주에 대해 "믿을 수 없는 배신"이라고 평가했다.

정부 및 안보 당국자 6명은 이날 아사드가 다마스쿠스를 빠져나와 시리아 북부의 러시아 군사 기지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아사드는 이곳에서 러시아 제트기를 타고 모스크바로 넘어갔다.

한편 아사드 16일 정권 축출 후 텔레그램을 통해 처음으로 "도피할 의도는 없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는 반군이 다마스쿠스에 진입한 8일에도 "이른 시간까지 남아 임무를 수행했다"며 이날 러시아 측 요청에 따라 철수했다고 해명했다.

stop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