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탄생지' 베들레헴, 가자전쟁 장기화에 2년 연속 침울
성탄절 행사 모두 취소…관광객 발걸음 '뚝'
이스라엘 검문도 강화돼…서안지구 합병 불안도
-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성탄절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예수 탄생지 베들레헴은 가자지구 전쟁 여파로 2년 연속 침울한 분위기다.
지난해 취소된 성탄절 행사는 올해도 취소됐고,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통제도 강화돼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관광 수입에 의존하던 베들레헴의 경제도 침체해 원주민 인구 유출도 가속하는 모양새다.
2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요르단강 서안지구 베들레헴의 구유 광장은 성탄절 장식을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규우 광장에 자리했던 크리스마스트리는 물론, 크리스마스 마켓 등의 축제 분위기는 모두 자취를 감췄다.
매년 관광객으로 붐볐던 시내는 한산했고, 곳곳에 울려 퍼지던 크리스마스 캐럴은 들리지 않았다. 곳곳에서는 아르메니아 수도승들의 조용한 성가 소리만 들렸다고 AFP는 전했다.
베들레헴에 있는 성탄교회의 경비원 모하메드 사베는 "보통 이런 날에는 3000~4000명의 사람이 교회 안에 모였을 것"이라며 "근처 도시 라말라의 기독교인들이 검문소에 막혀 오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서안지구에서도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주민들 간 충돌이 격화해 치안이 이전보다 불안해졌다.
특히 베들레헴 인근 도시들에는 이스라엘군의 검문소가 설치됐고, 이외에도 도로 차단 장애물도 대거 설치돼 관광객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안톤 살만 베들레헴 시장은 "그들(관광객) 중 일부는 성공적으로 방문할 것이고 일부는 이스라엘이 설치한 검문소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내에서 극우파를 중심으로 서안지구를 완전히 합병해야 한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어 서안지구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서안지구는 국제법에 따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명목상으로는 행정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스라엘이 유대인 정착촌 건설에 나서면서 유대인 정착민들을 보내 살도록 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를 두고 불법적인 점령이라고 보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성탄절 성지'인 베들레헴이 전방위로 막히면서 관광업에 의존하던 경제도 휘청거리고 있다.
베들레헴 출신 여행 가이드 수아드 한달은 "베들레헴은 예수가 태어난 곳으로 성탄절에 특별한 곳이다"라며 "베들레헴 경제는 관광업에 의존하기 때문에 (지금은 상황이) 너무 안 좋다"고 토로했다.
구유 광장에서 기념품 가계를 운영하는 조셉 지아카만은 손님이 없다며 현재 일주일에 한두 번만 "청소를 위해 가게를 연다"고 밝혔다.
이처럼 지역 경제가 파탄 나면서 젊은 층의 이탈도 빨라지고 있다.
살만 시장은 "지난해 많은 사람이 도시를 떠났다"라며 "약 470개 기독교인 가구가 베들레헴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전했다.
베들레헴에서 활동하는 프레데릭 마송 신부는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모두 오래전부터 베들레헴을 떠나고 있었다면서도 "최근 일련의 사건들이 그 과정을 가속화하고 증폭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미래에 불안해하는 젊은이들이" 이탈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고 고개를 저었다.
한편 지난해 10월 7일 개전 이후 가자지구 사망자는 4만5000명을 넘어섰다.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지만 다시 교착 국면에 봉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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