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문제' 사우디 월드컵 개최에 비판 고조…"억압·차별·착취로 얼룩질 것"
"FIFA의 보호 조치 없는 개최지 선정은 인권 정책 폐기 결정"
"사우디의 광범위한 개혁과 함께 월드컵 진행돼야"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2034년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된 가운데 인권 및 축구단체들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개최지 선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랫동안 인권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는 이유에서다.
국제 엠네스티와 휴먼라이츠워치, 풋볼 서포터즈 유럽 등 20개 단체는 1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주민, 이주 노동자, 방문 팬에게 잘 알려진 심각한 위험에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월드컵을 개최하기로 한 것은 큰 위험의 순간을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세계 및 지역 인권 단체, 노동조합, 팬 그룹, 이주노동자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우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형 스포츠 이벤트 개최가 초래할 심각한 위험을 오랫동안 강조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FIFA는 유의미한 보호 조치 없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034년 월드컵을 개최하기로 하면서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스스로의 인권 정책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또 "FIFA는 인권 보호가 취약한 나라에서 주요 행사(월드컵)를 개최하는 데 따른 위험의 심각성을 몰랐다고 주장할 수 없다"며 "이를 승인하기 위해 투표한 각국 축구협회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긴급한 조치와 전면적인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2034년 월드컵은 대규모의 억압, 차별, 그리고 착취로 얼룩질 것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대규모 처형과 고문, 여성에 대한 남성 후견인 제도, 표현의 자유 제한 등으로 인해 많은 인권 단체들로 비판을 받아왔다.
FIFA도 지난달 발표한 자체 평가 보고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내 인권 문제에 대해 "중간 위험'이라고 간주하면서 개혁을 실행하는데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스티브 콕번 국제 엠네스티 노동 인권 및 스포츠 책임자는 "적절한 인권 보호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월드컵을 개최하기로 한 것은 많은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FIFA는 지금까지 나온 명백한 증거를 바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노동자들이 착취당하고 심지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무시하고 강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FIFA는 개최지 선정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인권에 대한 약속이 거짓임을 보여줬다"며 "이번 월드컵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와 학대가 묵과되지 않도록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콕번은 또 "FIFA는 시급히 방향을 바꿔 월드컵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광범위한 개혁과 함께 진행되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향후 10년 동안 주요 대회와 관련된 착취, 차별, 억압의 위험을 감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FIFA는 이날 211개 회원국 전체가 화상회의로 참여한 특별 총회에서 2034년 월드컵 개최지를 사우디아라비아로 확정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중동에서 열리는 두 번째 월드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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