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방공시스템, 우크라이나 이어 이란에서도 '망신살'

이스라엘, 이란의 S-300 방공시스템 파괴…우크라는 S-400 파괴
"인도 등 러시아 방산업계 주요 고객의 압박 커질 듯"

17일(현지시간) 이란이 국군의 날을 맞아 연 퍼레이드 행사에서 S-300 미사일이 지나가고 있다. 2024.04.17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지난 26일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공격이 이란뿐만 아니라 러시아 방공시스템의 취약점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이란에 제공한 S-300 방공시스템 3대가 파괴됐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이미 이란이 갖고 있던 다른 S-300 1대를 올해 초에 파괴한 바 있다. 또한 S-300 미사일은 이스라엘 전투기 100대가 이란 영공 밖에서 발사한 미사일을 거의 막아내지 못했다.

S-300은 1978년 도입된 이후 여러 차례 개량돼 왔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S-300은 최대 4발의 지대공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으며 사거리는 15.5마일(약 25㎞)에서 93.2마일(약 150㎞)에 달한다.

S-300보다 더 첨단 방공시스템인 S-400도 우크라이나에서 그 취약점을 드러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5월과 8월 크림반도에 배치된 S-400 시스템 전체 또는 일부분을 파괴했다. 2007년 처음 배치된 S-400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의 공군력 우위를 약화시킨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S-300과 S-400은 이란 외에 중국, 벨라루스, 인도, 베트남, 알제리 등이 도입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이어 이란에서도 러시아 방공시스템의 부실한 성능이 드러나는 가운데 러시아가 생산한 대부분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투입하면서 이들 국가에 대한 무기 이전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스웨덴 싱크탱크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러시아의 지난해 무기 수출은 2022년에 비해 52% 줄었다. 이에 따라 러시아 방공시스템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는 국가들의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싱가포르 싱크탱크인 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의 이안 스토리 선임 연구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홍보 측면에서 러시아 방위산업에 재앙이었다"며 "러시아의 전통적 고객들은 신뢰를 잃었고 새로운 공급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서 군사와 항공우주 분야를 연구하는 더글러스 배리 선임연구원도 "(S-300을 구매한 국가들은) 공급자에게 (S-300 성능에 관한) 질문을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중 가장 S-300의 성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나라는 인도다. 냉전 시대부터 러시아와 우호 관계를 유지해 온 인도는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러시아의 무기 수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러시아 방위 산업의 주요 고객이다.

인도의 안보 당국자들에 따르면, 인도는 장거리 요격 미사일로 활용할 목적으로 주문한 5대 중 3대의 S-400을 인도받았고 국경 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과 파키스탄 국경 지대에 배치했다. 인도 공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생산이 지연된 나머지 2대를 내년 말까지 인도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도가 지금도 러시아 방위산업의 주요 고객인 것은 맞지만 실제로 인도의 러시아 무기 구입은 감소했다. SIPRI에 따르면, 2019년~2023년 인도의 러시아 무기 구입은 2014년~2018년에 비해 34% 줄었다. 동시에 인도는 자체 개발하거나 이스라엘과 협력해 개발한 중·단거리 미사일을 쓰고 있으며 S-400과 사거리가 비슷한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도 개발하고 있다.

다만 인도 당국자들은 "S-400은 세계의 어떤 방공시스템과도 비교할 수 없다"며 러시아 방공시스템과 관련한 우려를 일축했다. 또 다른 인도 안보 당국자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인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인도는 러시아 기술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