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서방 선박 공격 후티 반군에 위성자료 제공…서방 흔들기"

신호 끄고 항행하는 선박 공격할 수 있게 위성 영상 지원해
"푸틴 미국 방해하려 얼마나 무리수 둘 수 있는지 보여줘"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러시아가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타격할 수 있도록 위성사진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와 유럽 국방 당국자 2명은 지난해 말부터 후티 반군이 러시아 위성 자료를 활용해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자료는 후티 반군과 연계된 이란 혁명수비대(IRGC) 대원들을 통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하자 후티 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연대를 명목으로 그다음 달인 11월부터 홍해를 지나는 다국적 선박에 100차례 이상 공격을 이어왔다.

이 때문에 상선들이 홍해 항로를 버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희망봉 쪽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하면서 물류난이 발생했다. 해양정보업체 윈드워드에 따르면 홍해 항로를 통과하는 유조선의 수는 지난 8월 기준 작년 10월 대비 77% 감소했다.

WSJ는 이 문제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주도 서방의 경제·정치 질서를 약화하기 위해 얼마나 무리수를 둘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홍해 항로를 지나는 선박들은 후티 반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무선 신호를 끄고 항행했다. 신호를 끄면 선박의 움직임은 고화질 위성 영상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상업용 위성 영상은 전송 지연으로 시차가 발생하는 게 맹점이었다.

러시아는 후티에 위성 자료 제공해 그들이 신호를 끄고 지나다니는 선박을 공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미국 해군 장병이 6일(현지시간) 수에즈 운하에서 갑판에 군용기를 탑재한 수륙양용공격함 'USS 바탄'에 승선해 뒤따라오는 미 해군 강습함 'USS 카터홀'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미 해군 제5함대는 7일 성명을 통해 이란 선박 나포에 대응하고자 자국 해군 및 해병대 장병 3000명이 수에즈 운하를 거쳐 홍해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2023.8.6.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분석가들은 러시아가 미국의 골칫거리를 유발하기 위해 중동의 불안감을 부채질했다고 보고 있다. 가자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 지역의 갈등 확대는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에 집중하려던 시점에 자원과 관심을 분산시켰다.

독일 싱크탱크 카네기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알렉산드르 가부예프 소장은 "러시아는 전 세계의 관심을 우크라이나에서 멀리 떨어뜨리려 한다"며 "미국이 패트리엇 시스템이나 포탄 등의 자원을 어디에 공급할지 선택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란과 북한 등 독재 국가들을 분쟁에 끌어들이는 행위는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세력과 대치하는 지역들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에 부합한다고 WSJ는 분석했다.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홍해의 항행이 위험해지자, 미군은 다국적 해상 안보 작전인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수행했다. 미군은 상업용 선박과 미국 군함에 대한 드론·미사일 공격을 요격하는 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약 10억 달러의 군사 비용을 지출했으며 이달 초에는 B-2 폭격기를 보내 후티 반군의 무기고를 타격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후티 반군에 대함미사일이나 대공미사일을 제공해 미군의 작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해 왔지만, 아직까지 러시아가 무기를 직접 지원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WSJ는 전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와 미국의 죄수 교환을 통해 석방된 러시아 무기 딜러 빅토르 부트가 후티 반군에게 약 1000만 달러 상당의 자동 소형 무기를 판매하려고 중개를 시도했다고 WSJ는 보도한 바 있다. 판매가 성공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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