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자국 방산업체 공격한 쿠르드 조직에 보복공격(종합2보)

이라크·시리아 북부 32개 표적 파괴…테러공격 배후로 PKK 지목
테러 방법은 불분명…"자폭 테러" vs "1시간 이상 교전"

23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인근에 위치한 방산 및 항공 기업 TUSAS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 현장 모습. 2024.10.23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조소영 기자 = 튀르키예가 자국 방산업체를 공격한 쿠르드족 무장조직에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튀르키예 국방부는 쿠르드노동자당(PKK)을 겨냥해 "이라크와 시리아 북부의 테러 목표물에 대한 공습을 실시했다"며 "테러리스트들에 소속된 총 32개의 표적을 성공적으로 파괴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작전이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격은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수도 앙카라에서 40㎞ 떨어진 튀르키예 항공우주산업(TUSAS)에 대한 테러 공격으로 4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다친 것에 따른 것이다.

알리 예를리카야 튀르키예 내무부 장관은 이번 공격을 "테러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부상자 중 3명이 위독한 상태이며 테러를 자행한 남성 1명과 여성 1명이 무력화됐다고 밝혔다.

예를리카야 장관은 "이 공격이 실행된 방식은 PKK에 연결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공격한 사람들의 신원 파악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야사르 굴러 튀르키예 국방부 장관도 PKK에 대해 "늘 그랬듯이 그들은 비열하고 불명예스러운 공격을 통해 우리나라의 평화를 방해하려고 했다"며 "우리는 그들이 저지른 일에 대해 고통을 겪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브데트 이을마즈 튀르키예 부통령은 부상자 중 4명은 TUSAS 직원이며 1명은 택시 기사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테러리스트들이 택시 기사를 죽이고 그의 택시로 공격을 자행했다고 보도했다.

테러 공격이 정확히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대해선 현지 매체의 보도가 엇갈리고 있다. 튀르키예 민영 NTV 방송은 "한 무리의 테러리스트들이 건물로 침입했고 그 중 한명이 자폭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다른 매체들은 총격전이 1시간 이상 지속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하버튀르크 TV는 "인질이 잡힌 상황이 있었다"고 보도했으며 "여러 인질이 구출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TUSAS는 튀르키예의 가장 중요한 방산 및 항공 회사 중 하나로 튀르키예 최초의 국가 전투기(KAAN)를 생산하기도 했다. TUSAS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TUSAS는 1만 5500명의 직원이 있으며 500만㎡(제곱미터)에 달하는 공장 부지가 있다.

이날 공격은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하러 러시아 카잔을 방문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나고 있을 때 발생했다. 소식을 접한 푸틴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애도의 뜻을 표했다.

미국과 프랑스, 영국, 벨기에, 이란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테러 공격을 규탄하며 애도 성명을 냈다.

한편 이날 테러 공격은 튀르키예 정치권이 수십년간 지속된 쿠르드족과의 갈등을 정치적 협상을 통해 풀어나가는 쪽으로 기울고 있을 무렵 발생한 것이다. 튀르키예 의회의 제3당이자 친(親)쿠르드족 성향을 띠는 인민평등민주당(DEM)은 이번 공격에 대해 "튀르키예 사회가 (갈등의) 해결책과 대화의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을 때 발생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전날에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연립정당인 극우 성향의 민족주의운동당(MHP)의 데블렛 바흐첼리 대표가 1999년부터 교도소 독방에 수감돼 있는 PKK 당수 압둘라 오잘란이 의회에서 쿠르드족 독립운동의 해산을 선언하도록 초청하기도 했다.

1978년 오잘란이 창립한 PKK는 1984년부터 튀르키예에 대한 반란을 주도하면서 수만 명이 사망했다. PKK는 튀르키예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도 테러 단체로 지정한 조직이다.

gwkim@news1.kr